이재명 “전두환 호평한 것 아냐…용서받을 수 없는 중범죄자”

입력 2021-12-13 18:4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경북 포항공대에서 열린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10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전두환 평가 논란’에 대해 “전두환에 대해 호평한 건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전두환은) 용서받을 수 없는 중범죄자”라고 말했다.

앞서 이 후보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은 성과”라고 평가해 논란이 됐다. 이 발언을 두고 야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이날 경북 포항공대에서 열린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10주기 추모제에 참석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전두환씨에 대한 평가를 명확히 해 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용서받을 수 없는 현대 법정에서의 중범죄자라는 걸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경북 포항공대에서 열린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10주기 추모제에서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는 처음 질문을 받고선 답답한 듯 “자꾸 일부러 그러시나 모르겠는데”라며 옅게 웃었다. 이어 “제 입장은 명확히 전두환은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을 살해한 용서할 수 없는 범죄자”라고 말했다. 그러고선 “인권 탄압을 통해 자유를 뺏은 것도 결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중범죄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그래서 제가 광주 5·18 묘역에 갈 때마다 비석도 예외 없이 밟았던 것”이라며 “전두환 이 사람은 제 인생을 바꿀 만큼 저에게 악영향을 준 사람”이라고 말했다. 답변 말미에서도 자신이 전두환에 대해 호평한 게 전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후보는 답변 중 전씨를 총 4번 범죄자라고 불렀다. 그중 2번은 중범죄자라고 했다. 이 후보는 발언 논란이 불거진 지난 11일에는 범죄자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총칼로 국민의 생명을 해친 행위는 중대 범죄”라고만 말했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경북 포항 북구 죽도시장에서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에는 “전두환도 공과가 병존한다”고 말한 대목이 주목받았다. 이 후보는 “전체적으로 보면 전두환도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은 성과인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전두환은) 결코 존경받을 수 없다”고 덧붙이기는 했지만, 이 후보가 보수 표심을 의식해 전씨에 대한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날 공개적으로 쓴소리가 나왔다. 5선의 이상민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내용적으로 국민의 지배적 여론이나 민주당의 기본 가치에 반한다”며 “너무 쉽게 왔다 갔다 말을 바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역주의를 부추기거나 이용하려는 것 아닌지 우려가 한둘이 아니다”라며 이 후보를 향해 신중할 것을 촉구했다.

포항=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