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전두환 평가 논란’에 대해 “전두환에 대해 호평한 건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전두환은) 용서받을 수 없는 중범죄자”라고 말했다.
앞서 이 후보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은 성과”라고 평가해 논란이 됐다. 이 발언을 두고 야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이날 경북 포항공대에서 열린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10주기 추모제에 참석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전두환씨에 대한 평가를 명확히 해 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용서받을 수 없는 현대 법정에서의 중범죄자라는 걸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처음 질문을 받고선 답답한 듯 “자꾸 일부러 그러시나 모르겠는데”라며 옅게 웃었다. 이어 “제 입장은 명확히 전두환은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을 살해한 용서할 수 없는 범죄자”라고 말했다. 그러고선 “인권 탄압을 통해 자유를 뺏은 것도 결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중범죄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그래서 제가 광주 5·18 묘역에 갈 때마다 비석도 예외 없이 밟았던 것”이라며 “전두환 이 사람은 제 인생을 바꿀 만큼 저에게 악영향을 준 사람”이라고 말했다. 답변 말미에서도 자신이 전두환에 대해 호평한 게 전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후보는 답변 중 전씨를 총 4번 범죄자라고 불렀다. 그중 2번은 중범죄자라고 했다. 이 후보는 발언 논란이 불거진 지난 11일에는 범죄자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총칼로 국민의 생명을 해친 행위는 중대 범죄”라고만 말했었다.
당시에는 “전두환도 공과가 병존한다”고 말한 대목이 주목받았다. 이 후보는 “전체적으로 보면 전두환도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은 성과인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전두환은) 결코 존경받을 수 없다”고 덧붙이기는 했지만, 이 후보가 보수 표심을 의식해 전씨에 대한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날 공개적으로 쓴소리가 나왔다. 5선의 이상민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내용적으로 국민의 지배적 여론이나 민주당의 기본 가치에 반한다”며 “너무 쉽게 왔다 갔다 말을 바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역주의를 부추기거나 이용하려는 것 아닌지 우려가 한둘이 아니다”라며 이 후보를 향해 신중할 것을 촉구했다.
포항=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