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서울시 바로세우기’ 관련 사업에 대한 연말 무더기 추가 감사에 착수했다.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서울시의회·자치구와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확전에 나선 셈이다.
내년 초 예정이었던 일부 일정을 앞당겨 추가 감사에 나서면서 시의회와의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예산안 협의가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이 법정시한(16일)은 물론 해를 넘겨 준예산 사태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지난 8일 ‘2021년 감사기본계획 9차 변경(조정)안’을 확정하고 3가지 분야 특정 감사를 추가했다. 추가된 감사는 감사담당관실의 ‘마을공동체사업 및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운영실태’, 공공감사담당관실의 ‘서울시사회투자기금 관리운영실태’, 안전감사담당관실의 ‘도시재생지원센터 운영실태’다.
모두 다 서울시가 ‘서울시 바로세우기’를 명분으로 예산을 줄였지만, 시의회가 예산을 복구시킨 사업들이다. 감사계획은 이번 달부터 대선 직전인 내년 1~2월까지 짜여있다.
민간위탁지침 바꾸고 ‘마을공동체 감사’
우선 마을공동체사업에 대한 감사는 주무부서인 시민협력국과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자치구 등을 대상으로 이번 달 착수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주민들이 공동체 활동을 제안하면 서울시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운영에 28억원을 배정했지만, 시의회는 40억원으로 증액했다. 자치구 마을생태계 조성사업(68억원 증액) 등 서울시가 삭감한 주민자치 관련 예산도 시의회 예비심사 과정에서 대폭 증액됐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7월 ‘마을공동체사업 운영실태 점검’을 진행한 바 있다. 이후 9월 특정감사를 계획했지만, 당시 민간위탁지침에 종합성과평가를 진행할 경우 특정감사를 다음 해로 유예한다는 지침 탓에 진행하지 못했다. 지난 2월 15일부터 3월31일까지 외부 컨설팅 기관에 위탁해 종합성과평가를 시행한 탓에 감사가 불가능했던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민간위탁지침을 개정하면서 예외규정이 신설됐다. 이에 따르면, 민원이나 내부고발, 수사, 제소 등으로 감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같은 해에도 특정감사를 실시 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는 현재 구체적인 감사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7월 진행됐던 운영실태 점검에서) 입증까지는 아니지만, 감사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해당 부서에도 곧 (계획이)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주택 이어 사회투자기금도 감사
사회투자기금 감사는 노동·공정·상생정책관실 등을 대상으로 올해 12월부터 내년 1월까지 예정돼 있다. 사회투자기금 역시 서울시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전출금이 전액 삭감됐다. 그러나 시의회가 예비심사 과정에서 올해 예산(85억원)에 준하는 수준으로 증액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회부한 상태다.
사회투자기금은 사회적경제기업, 사회적금융을 수행하는 기관 등을 지원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기금이다. 서울시 조례에 근거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사회주택 관련 감사 발표 당시 사회투자기금 운용업체 대표가 자신이 대표이거나 등기이사로 있는 업체에 ‘셀프 융자’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번 감사는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기금 수혜 단체들이 주 감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한 번쯤 점검해야 (기금이) 건전하게 집행되는지 알 수 있다. 원래 내년 2월쯤 하려고 했는데 여러 여건을 고려해서 앞당긴 것”이라며 “외부 비난 등은 고려할 것도 아니고,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吳 “분노의 눈물 흘렸다”는 도시재생…컨트롤타워도 감사
서울시 도시재생지원센터에 대한 감사도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계획돼 있다. 이미 균형발전본부 등 주무부서에는 감사 계획이 통보됐다. 도시재생지원센터는 도시재생사업의 컨트롤 타워다. 자치구와 동네별로 총 57곳의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있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이 취임 후 도시재생 대신 재개발 규제 완화 등으로 개발 기조를 전환하면서 서울시는 센터 관련 내년도 예산을 22억8500만원으로 대폭 삭감했다. 오 시장은 지난달 18일 시정질문에서 “세운상가 위에 올라가서 종로2가와 청계천을 보며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며 도시재생사업을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시의회는 곧바로 예산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65억원으로 되돌렸다.
서울시는 예산안이 이미 편성된 만큼 감사와는 관계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재생사업에 대해서 그동안 언론에 논란이 됐던 부분 위주로 들여다볼 것”이라며 “도시재생사업 자체가 너무 광범위해서 센터에서 했던 사업 위주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혁신센터 등 감사 결과 남은 것도 많아
현재 시의회는 서울시청 내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인해 종합질의를 이틀 남겨두고, 예산안 심의를 잠정 중단한 상황이다. 계수조정 일정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법정시한인 16일 처리는 물리적으로 힘들다.
여기에 서울혁신센터, 도농상생 공공급식 지원사업,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에 대한 연내 추가 감사 결과 발표 가능성도 있다. 또 이번 감사기본계획에는 포함돼있지 않지만 NPO(비영리단체)지원센터에 대한 감사도 조만간 개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관계자는 “NPO지원센터에 대한 감사도 다른 부서에서 하는 쪽으로 검토되고 있다”며 “일단 진행 여부는 해당 부서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속적인 서울시의 감사는 시의회와 시민단체 등에 정치적 공격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강대강’이 지속되면서 집행부와 시의회가 타협에 이르지 못해 예산안이 내년 초까지 표류하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일단 정치적인 고려는 전혀 없고, 해당 계획도 바뀔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감사위 관계자는 “아직 통보가 안 되거나, 공식적으로 착수하지 않은 것도 있다. 계획 수립 과정에서 변경될 수도 있다”며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상황이 아니다”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