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인 캘리포니아주가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텍사스주의 ‘낙태제한법’의 주요 조항을 본떠 새로운 총기 규제 법안을 추진한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공격용 무기 제조업자와 판매, 유통업체 등에 대한 고소 권한을 일반 시민에게 부여하는 내용의 총기 규제 법안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새 규제 법안은 공격용 무기를 제조, 유통, 판매하는 사람을 상대로 일반인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다. 이들에겐 건당 1만 달러(1180만원)의 소송 비용 등이 지원된다.
이는 텍사스주 낙태 금지법의 주요 조항을 차용한 것이다. 지난 9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 낙태제한법은 통상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기 시작하는 임신 6주 이후의 모든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일반 시민이 불법 낙태를 시술하거나 이를 방조한 모든 사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단속이나 기소권을 주정부가 행사하지 않고 낙태 반대 시민단체 등이 불법 낙태 감시와 관련 소송전의 전면에 나서도록 한 셈이다.
뉴섬 주지사는 새로운 총기 규제 법안이 낙태제한법에 대한 반발 성격임을 명확히 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어제 연방대법원이 텍사스의 낙태제한법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허용한 판결에 격분했다”고 밝혔다. 그는 “민사소송 위협을 통해 파괴적인 무기 사용을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다면 우리는 그렇게 해야 한다”며 “텍사스는 여성을 위험에 빠트리는데 시민들의 고소 권한을 사용했지만 캘리포니아는 인명 보호를 위해 그 권한을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10일 텍사스주의 낙태제한법 시행을 막아 달라는 연방정부의 요청을 기각했다. 미 법무부는 연방법원에 이 법의 효력을 중단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내 1심에서 이를 인정받았으나 항소법원이 이를 뒤집었다. 이어진 최종 결정에서 보수 성향의 대법관이 다수인 대법원이 항소법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진보 진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반면 보수 진영은 이를 반기고 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