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예수를 믿는가, (주)예수를 믿는가” ‘일당백’ 대박 만화가가 기독교인에 던지는 메시지

입력 2021-12-13 16:29
곽원일 선교사가 그린 (주)예수 그리스도. 곽 선교사는 이 작품을 통해 예수를 주가 아닌 돈줄(주식회사)로 믿는 오늘날의 그리스도인을 풍자했다.

구름 사이로 오픈카 한 대가 보인다. 언뜻 봐도 고급스러워 보인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누군가 타고 있다. 멀끔한 정장 차림의 예수다. 선글라스를 끼고 한 손엔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있다. 손목에는 롤렉스시계가, 머리엔 보석이 박힌 금관이 쓰여 있다.

곽원일 선교사의 최근 작품 ‘(주)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설명이다. 곽 선교사는 이 작품을 통해 예수를 주(主)가 아닌 주식회사로 믿는 오늘날 그리스도인을 풍자했다. 그는 “주님(Adonai)을 믿는 게 아니라 맘몬(Mammon·재물) 예수를 믿는 듯 한 한국교회에 울림을 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곽 선교사도 성공에만 몰두하던 때가 있었다. 그는 90년대 2000년대 초 유명한 만화가였다. 만화 ‘일당백’이 대박을 치면서 일약 업계 탑 만화가가 됐다. 원고료도 권당 3000만원 이상 됐다. 전국 대여점에 일당백이 들어갔고, 대여 순위도 늘 5위 안에 들었다.

지난 9일 만난 곽 선교사는 “예수를 믿지 않는다는 건 올바르게 살아갈 지표가 없는 것과 같다. 인간의 욕구라는 게 예수 없이는 맘몬을 향해 간다고 본다. 저도 다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2부까지 총 28권을 냈을 때였다. 100권까지를 목표로 3부를 막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아이디어 샘이 멈춘 것처럼 스토리 구상이 되지 않았다. 곽 선교사는 “그 즈음 한 친구와 말다툼을 했는데 제게 충고를 했다. 그렇게 살지 마라면서 하나님이 다 보고 있다고 하더라. 그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고 말했다.

그는 “모태신앙인이지만 무신론자로 살았다. 그동안 하나님 없다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 친구의 말에 덜컥 겁이 났다”며 “하나님이 진짜 있으면 안 되는데, 만약 있다면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곽 선교사는 초등학교 5학년일 때 연탄가스 중독으로 생사를 헤맸다. 죽음 문턱까지 가면서 신은 없다고 확신했다. 교회로의 발길도 끊었다. 어머니는 하나님께서 널 살렸다고 했지만 곽 선교사는 죽으면 기계처럼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랬던 곽 선교사가 친구의 말에 20년 만에 교회를 제 발로 찾았다. 그는 “서른 넘어 성인 되고 처음으로 교회를 갔다. 양재동 횃불회관에서 저녁예배를 드렸는데 그때 하나님 음성을 들었다”며 “‘내가 널 불렀다. 널 쓰고자 한다’ 하시는 것 같았다. 그때부터 제 삶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곽원일 선교사가 지난 9일 서울 관악구 예수님의파레트교회에서 최근 그린 ‘십자가의 사랑-겨울, 그리고 봄, 여름, 가을’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모든 삶의 계절 속에 주님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 모두와 함께 계시다는 걸 표현했다.

곽 선교사는 그 후 만 3년을 하나님을 알아가는 데 온전히 시간을 보냈다. 그림은 여전히 그려지지 않았다. 점점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졌지만, 그 시간이 곽 선교사에겐 굉장히 귀했다. 성경공부 하며 틈나는 대로 단기선교를 떠났다. 선교사로의 꿈을 키웠고, 그의 이같은 열정은 신학 공부로 이어졌다.

곽 선교사는 일본 선교에 사명을 갖고 2012년도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금의 일본인 아내 ‘가와모토 마미’를 만났다. 48세의 나이에 늦깎이 목사가 된 그는 현재는 서울 관악구에 교회를 개척해 사역하고 있다. 2017년 개척했으니 내년이면 만 5년이 된다. 교회 이름은 ‘예수님의파레트교회’다.

곽 선교사는 “이름을 뭐로 할까 고심 했는데, 아내가 제가 그림을 그리니 ‘파레트 어떻냐’고 하더라”며 “물감 색이 다 다른 것처럼 우리 모두 인종 성격 다 다른 존재인데 예수님께서 만지시면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지 않을까 해서 예수님의파레트교회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말했다.
곽원일 선교사와 그의 아내 가와모토 마미 사모.

예수님의파레트교회 교인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몽골, 일본, 중국동포 등 국적이 다양하다. 주님의 터치 아래 서로 섬기며 살아가고 있다. 곽 선교사는 “한국에 들어와서도 선교 사역을 하고 있다. 예전 일본인 교인 2분은 세례까지 받은 뒤 일본으로 돌아갔다”며 “실제 교인들도 저를 목사라기보다 선교사라고 부르고 있다”고 웃었다.

곽 선교사는 사역과 더불어 웹툰 ‘레전드 일당백’을 준비 중이다. 주님을 따르기 시작하면서 다시 그림을 시작한 곽 선교사는 텐트메이커로써 만화 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만화를 ‘원소스 멀티유즈’ 방식으로 영화, 게임 등에도 접목해 선교적 도구로 활용할 생각이다.

곽 선교사는 “혹자는 예수를 믿으면 생각이 한정되고 고리타분해진다고들 하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진정한 최고의 예술가는 예수님이라는 걸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수님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예술을 할 수 있었고, 하셨다”며 “기독교 예술인들 많은데 교회 안에만 머물지 말고 세상으로 나아가 활동하길 적극 권한다”고 덧붙였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