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선, 청년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

입력 2021-12-13 15:49 수정 2021-12-13 15:57
한기영 서울특별시의원(정치학 박사)

2022년 대선이 어느덧 눈앞에 다가왔다. 으레 그렇듯 정치권은 각계각층의 인재영입 소식을 홍보하느라 바쁘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양당 모두 참신하고 반짝이는 청년들을 영입하기 위해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기존의 정치 방정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력의 표상이 될 청년의 얼굴과 이력을 내세워 각 대선 후보의 비전과 전망을 조망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인재 영입은 청년을 수단으로만 여기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그 이면에는 시민들의 지지로 유지되는 정당의 생리상 어쩔 수 없다는 자조론도 있다. 제한적이고 기간도 짧은 선거운동, 이슈와 인물을 갈구하는 언론, 취약한 정당구조에서 가장 효율적인 선택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번 대선 국면에서 청년들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후보를 선택하지 못했거나 무응답한 20~30세대가 30% 가까이 된다는 여론조사까지 등장하고 있다. 혹자는 이런 상황을 정치적 무관심이라고 표현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오히려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의 표출이라고 볼 수 있다. 정치적으로 무관심하다면 아예 조사에 응하지 않는 방식을 택할지언정 조사 응답란의 ‘없다/모름’에 친절하게 답한 것은 청년들이 정치권에 보내는 경고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청년들로 하여금 준엄한 메시지를 표출하게 했을까?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현재 진행 중인 각 캠프의 간판 걸기에 가까운 인재영입은 시대착오적인 방식이라는 점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과거에는 상징적인 시점도 분명 존재 했다. 각 분야의 청년 전문가, 특정 영역에 대표성을 가진 청년들이 정치권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기도 했다. 심지어 현재 제1야당의 대표도 이른바 ‘박근혜 키즈’로 정치를 시작한 인재영입의 수혜자다. 그런데 지금 제1야당의 수사학을 지켜보면 젊은 청년 정치인의 성공이 가져온 변화는 무엇이고 추진하는 비전은 과연 무엇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바로 얼마 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가 자진사퇴 촌극을 벌인 노재승씨가 단적인 예다. 그는 지난 오세훈 서울시장 선거운동 과정에서 비니를 쓰고 유세를 펼치면서 속칭 ‘비니좌’로 이름을 알렸던 청년이다. 확인된 그의 과거 발언들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거북스럽다. ‘김구는 국밥 좀 늦게 나왔다고 사람 죽인 인간’, ‘검정고시 자랑은 정상 단계 밟은 사람 모욕’, ‘긴급재난지원금 받으면 개돼지’ 등 비상식적이고 극단적인 발언을 펼쳤다는 지적 속에 이미 논란이 된 바 있다. 개인적인 과오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극단적인 폭력적 언사를 자행한 인물을 새정치의 표상으로 내세우려 했던 것이다.

전두환을 옹호하는 등 반민주적 표현에 거침없는 자당의 대통령 후보와 발을 맞추기 위한 전략이라면 대단히 진심어린 인재 선발이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이들의 주의·주장은 사회 통합을 추구하고 갈등을 조절하는 정치의 본질과는 영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일부 극단적인 사고방식을 이른바 질러대는 방식은 세간의 주목을 받을지 모르지만, 대다수의 국민의 삶과는 무관할뿐더러 발언하는 ‘청년’이라는 신분에 대한 오독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는 비단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성향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정치적 입장에 따른 갈등을 피할 수는 없을지언정, 갈등을 조율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날것 그대로의 조소와 비아냥, 혐오 조장으로 이어진다면, 청년의 외면 속에 우리 정치에 더 이상 새로운 활력소는 없을 것이다.

2022년 대선, 2030세대 유권자 수는 약 33%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사회의 미래가 청년 없는 청년 정치로 이어지지 않도록 깊은 성찰과 날카로운 인재 검증이 시급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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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영 서울특별시의원(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