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접종 이력을 증명하는 전자출입명부(QR코드)와 질병관리청 쿠브(COOV·전자예방접종증명서) 애플리케이션(앱)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해 자영업체 현장에 큰 혼선이 발생했다.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계도기간이 종료되며 사업주와 이용자 모두에게 과태료가 부과되는 첫날이었던 만큼 자영업자들은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회원 89만명을 보유한 자영업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13일 점심 영업을 하던 매장이 큰 피해를 봤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낮 11시 40분쯤부터 전국 곳곳에서 쿠브 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신고 사례가 속출했다.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백신 접종을 확인할 수 있는 다른 앱에서도 QR코드가 원활히 생성되지 않았다.
계도기간 종료 첫날 오류 발생에 업주들 ‘분노’
한 회원은 “이래도 자영업자들이 방역수칙을 위반했다고 할 것인가”라며 “정부가 방역의 책임을 자영업자에게 덧씌우는 만큼 최소한 시행하려는 방역대책에 철저해야 했던 것이 아닌가. 오늘 사태에 따른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회원도 “백신패스를 시행할 거면 준비를 해놓고 따라오게 만들어야 할 것 아닌가. QR 안되면 백신 접종 여부를 직접 확인해야 하는데 백신 확인창도 오류가 났다”며 “(확인창이) 뜰 때까지 기다리다 한 사람당 4~5분씩 소요됐으니, 놓친 손님은 몇 명이고 잃은 매출은 얼마인가”라고 적었다.
방역패스 계도기간이 종료됐던 날 발생한 사고인 만큼 시스템 오류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일본 가정식집을 운영한다고 소개한 회원은 “하다 하다 안 돼서 그냥 다 받았다. 이제 모든 자영업자가 과태료 150만원에 영업정지인가”라며 “이용자도, 업주 책임도 아닌데 과태료는 정부의 몫인가”라고 비판했다. 다른 회원도 “앱이 다 먹통이라 카톡 메시지로 접종 완료 여부를 일일이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카페 업주인 회원은 “질병관리청 담당자는 어떤 페널티를 받는지 반드시 밝혀야 할 것”이라며 “우린 한 명의 고객이라도 구멍 뚫리면 벌금 150만원에 영업정지 10일이다.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QR 체크인 기능과 쿠브에 연동되는 데이터를 질병관리청이 부실 관리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지난 12일 자정을 기해 방역패스 계도기간은 종료됐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거나 48시간 이내 유전자증폭(PCR)검사 음성확인서 없이는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수 없고, 이를 어기면 사업주와 이용자 모두에게 과태료가 부과된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백신패스가 없는 사람 2명 이상이 식당과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다 적발되면 이용자는 1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사업주는 1차 위반 시 150만원, 2차 위반 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청구된다. 방역지침을 어기면 1차 10일, 2차 20일, 3차 3개월 운영 중단 명령, 4차 폐쇄 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 행정명령을 어겨 확진자가 발생하면 치료 등 비용에 대한 구상권 청구도 가능하다.
피해 발생에 따른 보상 요구도
지난 11월 25일 발생한 KT의 유·무선 통신망 장애와 비교하며 보상을 요구하는 글도 올라왔다. 이번 사건과 비교하면 장애가 전국적이고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고, 점심시간 때 시스템이 마비돼 주요 피해자들이 자영업자에 집중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피해를 산정해 구체적인 보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중국음식점 업주는 “분명한 대책과 그에 따른 보상이 있어야 한다”며 “(벌금) 150만원이면 하루 매출 전부다. (접종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손님은 내보낼 수 밖에 없었으니, 정부 책임에 따른 보상 방안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다른 회원은 “손님 다섯명 중 두명이 오류가 발생해 받지 못했다. KT도 단돈 몇천원이나마 보상을 해줬으니 정부도 분명한 보상을 기대한다”고 했다.
질병관리청은 입장문을 내고 “시스템 사용 원활화를 위해 긴급하게 관련 기관 간 협의 및 긴급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갑작스러운 접속 부하로 전자출입명부 및 쿠브앱 사용에 불편을 끼쳤다. 조치 방향이 결정되는 대로 안내하겠다”고 덧붙였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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