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호주서 “한미동맹 기반으로 중국과도 조화”

입력 2021-12-13 13:22 수정 2021-12-13 14:46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캔버라 국회의사당 내 대위원회실에서 열린 한-호주 정상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호주는 미국이 주도하는 오커스(미국·영국·호주 3개국 안보동맹)와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4개국 비공식 안보회의체)에 모두 참여하고 있다. 호주는 미국에 이어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을 선언했고, 석탄 수출을 둘러싸고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다.

문 대통령이 미국의 최우방 국가로 꼽히는 호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가능성을 일축한 것은 미·중 균형 외교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임기 내 종전선언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 모두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캔버라 국회의사당 내 대위원회실에서 열린 한-호주 정상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의 대중 압박 전선 동참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미·중 가운데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문 대통령의 고민도 커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호주 수도 캔버라에서 열린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 이후 이어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로부터도 외교적 보이콧에 대한 참가 권유를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원활한 한·중 관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중국의 건설적인 노력이 요구된다”며 “한국은 미국과 굳건한 동맹을 기반으로 삼으면서 중국과도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갈등하거나 경쟁하는 문제도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나 공급망 문제, 감염병 문제 등 협력해야 할 글로벌 과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미, 한·중 관계가 모두 중요하기에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스콧 모리슨 총리와 13일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 한화 디펜스와 호주 국방부획득관리단의 호주 육군 K-9 자주포 획득사업 계약 서명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모리슨 총리는 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오커스를 지지해주시는 점에 감사하다. 한국은 유사 입장국”이라며 우리 정부의 대중 압박 참여를 기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오커스와 쿼드 문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운용돼 나가기를 기대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미국의 동맹국인 호주를 방문한 것이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호주 국빈 방문은 (한국의) 중국에 대한 입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한국의 국익에 중요하다고 판단해 호주를 방문하게 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양안관계(중국·대만 관계)에 대해서는 “양안관계의 평화와 안정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고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양안관계가 대화를 통해서 평화롭게 발전해나가기를 기대한다. 그에 대해 국제적으로 협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호주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과 관련해선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 북한 모두 원론적인, 원칙적인 찬성 입장을 밝혔다”며 “다만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을 근본적으로 철회하는 것을 선결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대화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남북, 북·미 간 조속한 대화가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마지막까지 대화를 통해 종전선언에 대한 접근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호주 정상은 회담에서 올해 수교 60주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광물의 탐사와 개발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회담 이후 호주와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호주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한국인에 대해 오는 15일부터 무격리 입국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