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지연’ 축구 볼보이 논란에 누리꾼 갑론을박

입력 2021-12-13 12:15
볼보이(노랑색 원)가 지난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강원FC와 대전하나시티즌의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제 역할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계방송화면 캡처

프로축구 경기 중 발생한 볼보이들의 집단적인 경기 지연행위를 두고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통상 스포츠 경기에서 홈과 원정팀이 달리 갖는 이익(어드밴티지)의 차이를 충분히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경기에 큰 영향을 주는 행위는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13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전날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강원FC와 대전하나시티즌의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의 일부 영상들이 공유됐다. 이 경기에선 홈팀 강원 산하의 유스팀인 강릉제일고 선수들이 볼보이로 나섰는데, 주로 공유된 영상에는 경기를 고의 지연시키는 볼보이들의 모습이 담겼다.

볼보이들은 원정팀 대전이 공격권을 쥘 때 선수들에게 공을 던져주지 않고 제자리를 지켰다. 일부러 공을 느리게 전달하거나 공을 못 본 척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에 대전 선수들은 직접 공을 주워서 경기를 진행해야 했다. 이런 지연행위가 반복되자 대전 이민성 감독은 직접 항의 의사를 표했고, 대전팬들이 물병을 던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볼보이가 지난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강원FC와 대전하나시티즌의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제 역할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급기야 경기 감독관은 경기 중 ‘볼보이 교체’ 결정을 내렸다. 이 경기는 양 팀의 K리그1(1부 리그) 잔류가 걸려 있어 더욱 중요한 승부였다.

누리꾼들은 축구 경기에서 홈 측인 볼보이의 지연 행위가 전 세계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에 대해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충분히 받아들일 수도 있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볼보이 논란에 대해선 ‘도가 지나쳤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더 많아 보였다.

누리꾼들은 “상대팀 공일 때 천천히 전달하는 것까지는 인정하겠는데 저건(공을 아예 전달하지 않는 행위) 너무하다”거나 “해외에서도 늦게 주는 경우가 있지만 아예 볼을 안 주는 건 처음 본다” “(볼보이들의 행위를 이해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볼보이가 움직이지 않아 직접 달려가 공을 가져오는 대전 선수. 중계방송화면 캡처

중요한 승부였던 만큼 대전 이민성 감독도 경기 후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원정 경기인 것을 고려하고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많은 팬들이 오신 경기인데 좀 그렇더라. 깨끗한 경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강원 최용수 감독은 “내가 굳이 신경 쓸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홈 어드밴티지는 전 세계 어디에나 다 있다”고 말했다.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는 한 지역지에 “홈 앤 어웨이 경기를 하는 유럽의 모든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조만간 있을 경기 평가위원회에서 이번 논란에 대해 두루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연맹이 각 구단에 배포한 홈경기 운영 매뉴얼에는 ‘볼보이가 지체 없이 볼을 줘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을 시 징계하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