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차림으로 ‘승무원 유니폼’ 유튜버…성상품화 논란

입력 2021-12-13 12:10 수정 2021-12-13 14:00
A씨 유튜브 영상 캡처

한 여성 유튜버가 특정 항공사 승무원을 연상케 하는 유니폼을 입고 촬영한 룩북(Look Book·패션 스타일을 보여주는 사진, 영상 모음집)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성상품화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현재 승무원들 극대노(극도로 분노) 중이라는 유튜브 영상’ 글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은 유튜버 A씨가 1개월 전 올린 것이다.

8분가량의 영상에는 A씨가 속옷 차림으로 등장해 승무원 유니폼 두 벌을 차례로 갈아입는 모습이 담겼다. A씨가 유니폼, 스타킹을 갈아입는 과정에서 속옷만 입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공개되기도 한다. 이 영상은 180만가량의 조회수를 올렸다.

항공사 측 “법적 조치 검토 중”

A씨 유튜브 영상 캡처

특히 A씨가 첫 번째로 입은 유니폼은 대한항공 유니폼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해당 당사자 및 채널에 지속적으로 삭제 요청을 하고 있다. 법적 조치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A씨는 영상에서 “승무원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을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받았고 의상도 전부 제가 구매했다. 착용한 의상은 특정 항공사의 정식 유니폼이 아니고 유사할 뿐 디자인과 원단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A씨는 해당 유니폼을 구매한 상점의 링크도 올렸는데 상품 판매자도 “국내 항공사와 유사할 뿐 디자인 및 원단 등이 다름을 알려드린다”고 설명하고 있다.

항공사 유니폼이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배우 윤지오씨가 대한항공 유니폼을 연상케 하는 의상을 입고 영상을 촬영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대한항공은 “영상 속 등장인물은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재직한 사실이 없는 바 당사 유니폼 무단 거래 또는 복제품 착용 후 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런 행위는 당사 유니폼 디자인권 침해 사항일 뿐 아니라 영상물의 내용은 대한항공 브랜드 및 승무원 이미지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이어 “디자인보호법 및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해당 영상물을 즉시 삭제 조치할 것을 요구하고, 영상 출연 및 제작자에게도 상기 내용을 전달코자 한다”고 당부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은 A씨의 유튜브 영상에 대해 “직업 성상품화에 민감한 시기에 대놓고 승무원을 성상품화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여자면서 어떻게 저런 짓을 해서 피해를 주냐” “저 유니폼을 매일 입고 출근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남의 직업으로 뭐하는 거냐” “의상을 보여준답시고 속옷 노출하는 유튜버들이 왜 이리 많냐”는 반응도 있었다.

반면 해당 유튜브 영상에는 “남자 아이돌이 무대를 할 때 경찰 제복룩에는 간지폭발인데 이분이 승무원복 입으면 성상품화냐” “이상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은데 무시하고 힘내라” “자기 관리를 잘하신 것 같다” 등의 응원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유튜브 룩북, 규제 사각지대에

온라인 공간에서는 유튜브 룩북 영상과 관련한 성상품화 및 선정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A씨 외에도 유튜브에서는 속옷 차림으로 시작해 스타일링을 하는 룩북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누리꾼은 “패션 스타일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면 옷을 입고 나온 모습만 보여주면 되지 왜 갈아입는 모습까지 보여주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TV 홈쇼핑 방송에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속옷을 착용한 모델이 출연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플랫폼 업체들은 사실상 이런 규제에서 벗어나 있어 유튜브를 자주 시청하는 청소년과 아동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룩북은 체형에 따른 단계별 스타일링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 단순히 속옷 차림을 문제삼는 것은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