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윤석열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를 향해 “오합지졸이 아니고 오합지왕”이라고 일갈하며 활동을 재개했다.
그동안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물밑 지원해온 이 전 대표는 향후 공개적으로 이 후보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날 TBS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힘 선대위 구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보통 우리가 오합지졸이라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이분들은 오합지졸이 아니라 오합지왕들”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어 “전부 왕 노릇을 하다 보니까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 또 어디에 갈지 잘 모르겠다”며 “다시 말하지만 대선은 후보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지원한 사람들이 중심이 되는 선거는 반드시 나중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후보의 ‘마이크 패스’ 논란을 언급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윤 후보가 지난 8일 청년문화예술인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을 받고 이준석 대표에게 여러 차례 마이크를 넘기는 장면이 SNS를 통해 퍼지며 논란이 됐었다.
이 전 대표는 “당대표한테 답변을 요청하는 모습을 봤다”며 “기본적으로 후보가 중심이 되고 그분들(이 대표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등)은 보조가 되어야지, 그분들이 주가 되고 후보가 오히려 뒷전에 물러나는 모습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이 후보의 최대 난관인 높은 정권교체 여론에 대해서는 “언론이 호도하고 있는 것”이라며 “극단적으로 왜곡된 여론조사를 빼고 보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붙어 있는 형세”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에 대해서는 “발전하는 사람”이라며 “2017년 제가 봤던 이재명하고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력 있고 또 경기 도정을 이끈 실적이 있다”며 “성과를 이뤄낼 수 있는 그런 집념과 용기를 가진 분”이라고 덧붙였다.
윤 후보에 대해선 “그분은 한 번도 만나본 적도 없고 잘 모르지만 말씀하시는 걸 보면 80년대 사고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그런 의식 가지고 나라를 경영하면 큰일 난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이 전 대표는 “내가 이번 선거에 전면으로 나서는 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후방에서 이 후보를 지원해 왔다.
하지만 이 후보 지지율 정체가 이어지고, 국민의힘 선대위가 본격 가동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이 전 대표가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역시 이 후보를 지원 사격하고 있다.
선대위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사보다는 필요할 때 공개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이라며 “후보 중심의 선대위 기조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