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나네, 그러다 구속되는 수 있다” 판사 막말·갑질

입력 2021-12-13 10:30 수정 2021-12-13 12:31

“말꼬리 길게 빼지 마라. 짜증 난다. 한 번만 더 그렇게 말하면 구속되는 수가 있다.” 올해 법정에 출석한 한 피고인이 판사에게 들은 말이다. 말꼬리를 길게 하며 대답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다른 판사는 눈물을 흘리며 최후진술을 하는 피고인에게 “정말 찌질하네요”라고 면박을 줬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13일 소속 회원 1만9069명이 진행한 올해의 소송사건 담당판사에 대한 2021년도 법관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전국의 법관 중 우수법관 28명과 하위법관 5명을 선정했다.

하위법관 사례를 보면 재판부는 소송 당사자와 법률대리인에게 호통을 치고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 법원의 A재판장은 ‘변론 취지를 구두로 설명하고자 한다’는 변호사에게 “설명? 설명을 한다고요? 단어를 바꿔라”고 지시했다. 해당 변호사는 ‘감히 판사에게 변호사가 설명을 한다’라는 뉘앙스로 느껴졌다고 했다. B재판장은 소송 당사자에게 호통을 치는 것은 물론 대리인에게 자리에서 일어서도록 요구한 후 “당신은 변호사 자격이 없으니 다음부터 오지 말라”는 모욕주기식 발언을 하기도 했다.

재판부가 선입견을 갖고 예단을 드러내는 사례도 있었다. C재판장은 첫 재판에서 피고인 측이 공소사실을 부인하자 짜증스러운 말투로 “피고인의 변명은 말이 되지 않는다. 유죄다”라고 말했다. 또 대리인에게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벌금을 올리겠다”고 했다.

민사재판에서 과도하게 조정을 강권하는 판사도 있었다. D재판장은 소송 당사자들에게 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식의 뉘앙스를 내비치며 조정을 강요했다. 불공정한 재판을 지적하는 변호사들도 있었다. E재판장은 피고인 측이 공소사실에 대해 반박하자 소송지휘권을 과도하게 행사해 검사에게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며 공소장 변경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들 하위법관은 대구고법, 서울중앙지법, 서울동부지법, 수원지법 안양지원, 대전지법 소속 1명씩이다.

한편 서울변회는 서울고법 김대웅 김종우 엄상필 이재찬 황의동 판사, 서울중앙지법 권성수 권영혜 김래니 김신 방혜미 신재환 심재남 이원석 이유형 정성완 허선아 허일승 홍창우 판사, 서울가정법원 윤미림 조아라 판사,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신상렬 판사, 서울서부지법 최성배 판사, 서울남부지법 장성훈 판사, 인천지법 오승준 판사, 인천지법 부천지원 박혜정 판사, 수원지법 지창구 판사, 대전가정법원 홍은숙 판사 등 28명을 ‘우수 법관’으로 선정했다.

선정 사유로는 정확한 사건 파악 등 철저한 재판 준비, 소송 당사자나 대리인에 대한 충분한 배려와 적극적인 소통, 충분한 진술·변론·입증 기회의 제공 등이 꼽혔다.

서울변회는 이번 평가 결과를 대법원 법원행정처와 소속 법원장, 판사 본인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서울변회는 2008년부터 매년 소속 변호사들이 맡은 재판의 담당 법관을 대상으로 우수·하위 법관을 선정하고 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