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네이도가 미 중부를 할퀸 지 사흘이 지나도록 미 당국은 아직 정확한 사상자 피해를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마을이 통째로 사라졌다’는 표현이 나올 만큼 피해가 큰 탓이다.
워싱턴포스트와 CNN 등 외신은 12일(현지시간)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가 최소 94명”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실종자 규모조차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인명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피해가 집중된 켄터키주의 앤디 베셔 주지사는 이날 “8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1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아버지 고향인 팍스톤의 경우 마을 절반 정도가 완전히 무너졌다. 설명하기조차 어렵다”며 “(구조대원들이) 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안부를 묻는데, 두드릴 문조차 없는 집이 수천 채”라고 말했다.
키아나 파슨스 페레즈는 켄터키주 메이필드 양초 공장 잔해에 갇혔다 구조됐다. 그는 CNN과 인터뷰에서 “전등이 깜박이더니 귀가 멍하기 시작했다. 몇 초 만에 갑자기 모든 것이 흔들렸고, 지붕이 떨어져 내렸다. 카드로 만든 집처럼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고 했다.
해당 공장은 성탄절 양초 수요를 맞추기 위해 24시간 가동했는데, 토네이도가 강타했을 때 공장에는 110여 명이 근무 중이었다고 한다. 그녀 역시 야간 교대 근무를 하고 있었다.
또 다른 근무자 커크스는 “자리를 비우기 위해 양동이를 치우고 뒤를 돌아봤는데, (근처에 있던) 남자친구가 사라졌다”며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아직 실종 상태다.
양초 공장 측은 이날 “110명 중 90명 이상이 구조됐다. 많은 직원이 대피소에 모여 있다가 폭풍우가 그친 뒤 공장을 떠났다”며 “휴대전화 전원이 꺼져 연락이 안 됐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애초 이 공장에선 40여 명만 구조된 것으로 알려는데, 추가 생존자가 확인된 셈이다. 양초 공장 측은 8명이 사망했고, 8명이 실종 상태라고 설명했다.
켄터키주 한국 교민 피해는 아직 접수되지 않았다.
일리노이주 에드워즈빌의 아마존 창고에서 사망한 클레이튼 코프(29) 부친 칼라씨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토네이도 경보가 떴을 때 아들에게 전화했었다. 대피소로 간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이후 연락이 안 됐다”고 말했다. 아들은 그러나 대피소가 아니라 무너진 아마존 창고 잔해에서 발견됐다.
칼라씨는 아들이 해군 전역 후 자신과 함께 아마존 공장에서 정비공 일을 했다고 말했다. 칼라씨 부인은 “(결국 사망자는) 아들이 아니었다면 남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토네이도 피해지역인) 6개 주 전역의 관리들이 여전히 피해 규모를 평가하고 있다. 이날도 실종자 보고가 이어졌다”고 했다. 캐시 스튜어트 오넌 메이필드 시장은 “구조와 복구 작업이 계속되고 있지만, 기온이 떨어지고 물이 부족하다. 난방 문제 해결도 급하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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