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30대 남성을 모욕죄로 고소했던 사건과 관련해 “인권위 조사대상인 국가기관 등의 업무 수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각하 결정했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 신분이 아닌 자연인 신분으로 고소한 사건이어서 인권위 조사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13일 인권위가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에 보낸 진정사건 처리 결과 통지서에 따르면 인권위는 법세련의 진정사건을 각하 결정했다.
앞서 법세련은 지난 5월 “비판이 과하다는 이유로 대통령이 국민을 모욕죄로 고소한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 일반적 행동의 자유, 인격권 등을 명백히 침해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에 대한 진정을 인권위에 제기했다.
인권위는 “해당 고소와 관련해 피진정인이 대통령 신분인 바, 여기서 발생하는 특수한 공적영역과 자연인으로서의 사적영역이 존재하며 이를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욕죄는 친고죄에 해당하는 범죄이므로 대통령 신분이 아닌 자연인만이 고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진정은 국가인권위법에서 정한 조사대상인 국가기관 등의 업무수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권위 조사 대상을 규정한 인권위법 30조에 따르면 인권위는 국가기관, 지자체, 학교, 구금시설 등 업무수행과 관련한 인권침해·차별 행위를 조사하게 돼 있다.
진정을 제기한 법세련은 “납득할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30대 남성 김모씨는 2019년 7월 여의도 국회의사당 분수대 인근에서 문 대통령 등을 비판, 비방하는 내용의 전단 뭉치를 뿌린 혐의로 문 대통령 측으로부터 모욕죄로 고소당했다. 당시 전단에는 ‘북조선의 개, 한국 대통령 문재인의 새빨간 정체’라는 일본의 한 잡지가 사용한 문구가 담겼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4월 김씨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직접 고소를 지시한 것인지, 대통령이 일반 시민을 고소하는 것이 적절한지 등과 관련해 논란이 일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김씨에 대한 처벌 의사를 철회하도록 지시했다.
청와대는 당시 “이 사안은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혐오와 조롱을 떠나 일본 극우 주간지 표현을 무차별적으로 인용하는 등 국격과 국민의 명예, 남북 관계 등 국가의 미래에 미치는 해악을 고려해 대응했던 것”이라며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으로서 모욕적인 표현을 감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을 수용해 이번 사안에 대한 처벌 의사 철회를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모욕죄 고소 취하 지시 후 검찰은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