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코로나 병상 확보 비상…“내년 1월까지 계속될 듯”

입력 2021-12-13 08:08

미국에서 코로나19 겨울 확산이 다시 본격화하면서 병상 관리 비상이 걸렸다. 추운 날씨로 입원환자가 급증해 병상 부족 문제를 호소하는 병원이 급증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최근 7일 하루 평균 코로나19 입원환자는 6만5000명을 넘어섰다. 2주 전보다 23% 급증한 수치다.

NYT는 “입원 증가는 특히 날씨가 추운 중서부와 북동부에서 가팔랐다. 메인, 위스콘신 등 일부 주지사는 연방 의료종사자 파견 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위스콘신주 보건서비스부 전염병학자인 라이언 웨스터가드 박사는 최근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 중환자실(ICU)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주 전역의 의료 전문가가 병상 가동률 문제로 매우 긴장한 상태”라고 했다.

웨스터가드 박사는 “코로나19 입원환자 증가는 지난해 11~12월과 비슷하다”면서도 “산소치료는 데이터를 집계한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이다. 환자들이 필요로 할 때 적절한 수준의 치료를 제공하기 어려운 병원도 있다”고 했다.

비슷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곳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의 경우 지난 10일 기준 사용 가능한 성인과 소아 중환자실 병상이 7.7%까지 떨어졌다.

NYT는 “펜실베이니아 전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해 응급실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일부 병원에선 선택 진료를 연기하는 등 방문자 제한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펜실베이니아주 가이싱거헬스시스템 최고 의료책임자 제럴드 말로니 박사는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주 의료 시스템이 붕괴 직전에 있다. 뇌졸중, 심장마비, 교통사고로 사람들이 계속 찾아오지만, 응급실에 이들을 둘 곳이 없다. 중부와 북동부에 있는 9개 병원 병상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주 웰스 팬 헬스 병원은 최근 병상 가동률을 110%에 140%까지 늘렸다고 한다. 이 병원 마이클 세임 박사는 “안타깝지만, 우리 예측 모델에 의하면 이런 입원 급증이 내년 1월까지 정점에 도달하지 않을 것”이라며 “(병상 과부하가) 지난해보다 더 길어질 것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도 이날 최근 7일 평균 하루 신규 확진자가 전주보다 22%, 한 달 전보다 3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머피 주지사는 “지난 11일 자정 기준 뉴저지주 69개 병원에서 1522명의 코로나 환자가 입원했다. 거의 2주 동안 매일 1000명 이상의 입원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는 한 달 전보다 118% 증가한 수준이다.

NYT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는 지난해 겨울과 비슷한 모습”이라며 “지난해에는 9월부터 입원이 늘기 시작해 올 1월 정점을 찍었다”고 했다. 미네소타대 피나르 카라카-만딕 교수도 “팬데믹 진행 과정에서 계절적 영향이 있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자체 집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사망자가 80만 명을 돌파했다. 또 하나의 이정표”라며 “광범위하게 제공되는 무료 백신에도 불구하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 때문에 지난해보다 올해 더 많은 생명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코로나19 사망자는 노스다코타주 전체 인구보다 많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증가도 빨라지고 있다. 로이터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사망자가 60만 명에서 70만 명으로 증가하는 데 111일이 걸렸지만, 이후 80만 명을 넘어서는 데에는 73일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로이터는 “미국의 인구 당 코로나19 사망자는 주요 7개국(G7)에서 꼴찌”라며 “캐나다보다 3배, 일본보다 11배 높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에서도 30위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