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FTA’가 온다…정부, 오늘 CPTPP 가입 추진 논의

입력 2021-12-13 06:01

정부가 한국의 두 번째 ‘메가 FTA’ 가입 여부를 공식 논의한다. 정부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을 논의하기로 했다. CPTPP에 가입하면 지난해 11월 가입한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과 함께 수출 중심 경제인 한국의 통상 지도를 한층 더 넓히는 계기가 된다. 다만 우려도 있다. 농축산물 관세를 사실상 철폐하는 수준의 협정인 CPTPP에 가입할 경우 국내 농축산업계가 망가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CPTPP 안건 상정…가입 공식화할까
기재부에 따르면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 안건 중 하나로 ‘CPTPP 가입 관련 향후 추진 계획’이 상정됐다. CPTPP가 안건으로 상정된 것은 올해 들어 4번째다. 지난 1월에는 “적극 검토하겠다”는 정부 입장이 도출됐다. 이후 4월과 7월 회의에서는 CPTPP 가입을 위해 필요한 국내 제도 개선이 논의됐다. 이번에는 가입 추진 여부가 의제다. 앞선 회의보다 한 발 더 나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회의를 통해 가입 추진을 선언하면 후속 절차인 공청회 및 국회 보고 과정으로 넘어가게 된다.

통상 외연을 넓힌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뒤따른다. 아직 한국과 양자 또는 다자 FTA를 맺은 적 없는 멕시코가 CPTPP 회원국에 포함돼 있다. CPTPP 가입 시 지난해 기준 1억2865만명 인구를 보유한 멕시코 시장이 신규로 열리게 되는 것이다.


내년 2월 발효하는 RCEP과의 상호 보완 효과도 기대된다. 한국이 가입한 첫 메가 FTA인 RCEP의 경우 관세 철폐 품목 비중을 뜻하는 개방률이 85%대로 낮은 편이다. 반면 CPTPP 회원국 간 개방률은 95%로 상당히 높다. RCEP과 CPTPP에 동시 가입한 일본, 호주 등 7개국에서 추가 관세 인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CPTPP 11개 회원국의 무역 규모는 2조9000억 달러에 달한다.

농축산물 추가 개방 우려도 상존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CPTPP의 경우 농축산물 개방률이 지나치게 높은 점이 우려된다. CPTPP 11개 회원국 간 평균 농축산물 개방률은 96.3%로 집계된다. 한국이 양자·다자 간 협상을 통해 발효한 17개 FTA의 평균(73.1%)보다 23.2% 포인트나 높다.

CPTPP 가입국 중 축산 강국인 호주·뉴질랜드나 농산물 강국인 칠레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 우려를 더한다. 한국이 이들 3개국과 양자 FTA를 통해 절충한 농축산물 개방률(71.2~88.2%)이 CPTPP를 계기로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에 따른 피해는 농업인들에게 돌아간다.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둔 정부가 굳이 CPTPP 가입 추진을 선언해 농업인들의 표심을 자극하지 않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통상 당국 관계자는 “섣불리 가입 추진 선언을 하기보다는 좀 더 내부 논의 과정을 거치자는 의견도 여전하다”고 전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