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결혼 못 한다는 남성, 보수…결혼·출산 안 한다는 여성, 진보

입력 2021-12-12 17:54 수정 2021-12-12 17:57

연애·결혼·출산을 꿈꾸지만 그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청년들 중에는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 성별로는 ‘남성’ 비중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민일보가 12일 입수한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저출산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접근’ 보고서에 따르면 연애·결혼·출산을 희망하지만 그 가능성을 스스로 낮게 인식해 일명 ‘괴리집단’으로 분류된 청년 중 남성의 비율이 65%인 것으로 나타났다. 희망하지도 않고 가능성도 없다고 보는 ‘비관집단’(41%), 연애만 희망하고 결혼과 출산은 원하지 않는 ‘비혼집단’(38%) 등에 비해 남성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해당 연구팀은 20∼34세 817명을 대상으로 가치관 조사를 진행했다. 연애와 결혼, 출산에 대한 ‘희망 정도’와 ‘실현 가능성 정도’를 바탕으로 5개 유형으로 분류했다. ‘비관집단’부터 ‘비혼집단’, ‘괴리집단’, ‘안정집단’, ‘만족집단’ 5개 집단이다.

괴리집단 소속 청년들은 다른 집단에 비해서 자신을 정치적으로 보수라고 인식하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관집단(12%), 비혼집단(9%) 청년들이 보수라고 인식한 응답률보다 괴리집단 소속 청년(32%)이 높았다.

반대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비혼집단 청년 중에는 여성이거나 진보 성향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집단에서 여성 비율은 62%로 전체 집단 중 여성 비중이 가장 컸다. 정치적으로 진보라고 응답한 비율도 44%로 가장 높았다. 다만 해당 연구는 성별과 이념에 따른 응답률을 따로 조사한 것이어서 ‘보수 성향이면서 남성’ 이라거나 ‘진보 성향이면서 여성’ 등 교집합으로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괴리집단 소속 청년들은 다른 집단에 비해 권위주의적인 태도 역시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다수 국민이 원하면 소수는 비판해서는 안 된다’, ‘수많은 정치인보다는 몇 사람의 뛰어난 지도자가 국가를 더 잘 다스릴 수 있다’는 등의 문항을 척도로 권위주의적 태도 지수를 4점 만점으로 환산했다. 괴리집단의 경우 2.46점을 기록해 비관집단(2.11점), 비혼집단(2.18점)에 비해 15%포인트 이상 높았고, 5개 집단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