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한 동급생 부모가 ‘역고소’” 초6 딸 둔 엄마의 호소

입력 2021-12-13 00:04
해당 청원 글.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초등학교 6학년 딸이 같은 반 남학생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지만, 기해 부모 측의 적반하장식 대응에 고통을 받고 있다는 엄마의 호소가 등장했다.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초등학교 6학년 같은 반 남학생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저희 딸의 바지를 내리고 강제추행 했습니다.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6학년 딸을 둔 엄마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최근 2년간 같은 반, 같은 아파트, 같은 동, 같은 라인에 사는 남학생이 딸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제 딸은 평소 저와는 많은 얘기를 나누지만, 남들에게 표현하는 것을 많이 힘들어해 친한 친구도 없이 외롭게 학교에 다니는 조용한 아이”라며 “제 딸 성향을 알고 있는 남학생 B군이 하굣길에 아무도 없던 엘리베이터 안에서 딸을 성추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딸은 하교 후 집에 오자마자 제게 와서 ‘B군이 엉덩이를 만지고 바지를 내려서 음모를 만졌다’고 말했다”며 B군이 엘리베이터를 탄 후 자기 집 층수를 누르지 않고, 굳은 얼굴로 딸을 위협한 뒤 엉덩이를 만지고 속옷 안으로 손을 넣어 음모를 만졌으며 ‘방귀를 뀌어봐라’는 성희롱 발언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군은 우리 아이가 사는 층까지 올라오는 동안 그런 몹쓸 짓을 하고, 층에 다다르자 딸의 바지와 잠바 지퍼를 올려주더니 자신이 사는 층의 버튼을 누르고 유유히 내려갔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B군에 대해 “평상시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저희 부부와 인사도 하며 안부도 묻는 사이였다. 어릴 때부터 보고 자라 어찌 보면 믿었던 같은 반 남학생이었다”면서 “밀폐된 엘리베이터 안에서 도망가지도 못하고 무서워 움직이지도 못했던 우리 아이가 느꼈을 공포와 충격을 생각하니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고 호소했다.

딸에게 이야기를 들은 직후 A씨 부부는 사실 확인을 위해 B군의 집을 방문했다고 한다. A씨는 “가해 학생은 처음에 아니라고 거짓말했으나 CCTV를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다고 하자 그제야 살짝 만졌다고 둘러댔다. 제 딸에게 사과할 테니 부모와 학교에 알리지 말라고 하더라. 스스로도 본인이 한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B군과의 대화를 끝낸 A씨는 가해 학생 부모와 담임교사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고, 이후 가해 학생과 부모는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의 반성문을 작성한 뒤 이사 혹은 전학을 가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던 B군 측 태도는 학교의 신고로 경찰 조사가 진행되자 180도 바뀌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내부 CCTV가 녹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온 뒤에는 당당하게 가해 사실을 부인하고 발뺌했다”며 “더 기가 막히는 건 우리 부부가 B군에게 사실관계를 물은 것이 아동학대라며 우리를 가해자로 지목해 학폭위를 신청하고 경찰 고소까지 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학교도 B군에게 3일 출석 정지를 내렸을 뿐 다른 조치는 할 수 없다고 한다. 딸에게 상담 치료를 해주는 것이 해줄 수 있는 전부라는 말만 반복했고 교육청도 마찬가지였다”며 “현재도 딸과 B군은 같은 반에서 생활하고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지 않고 상황을 방관하고 있는 학교와 교육청이 딸을 아동학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두려움에 떨며 생활하는 딸을 위해 조속히 학급교체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졸업을 앞둔 상황에서 또다시 같은 관내 중학교로 배정받는다면 보복으로 인한 2차 피해가 일어날 것이 뻔하다”며 “불안에 떠는 가정과 딸을 지켜주시길 강력히 청원한다”고 호소했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