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부 장관은 12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위한 한국군 능력 검증 평가를 내년 봄으로 앞당길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서 장관은 이날 KBS 방송에 출연해 미래연합사령부 완전운용능력(FOC) 평가 시점을 묻는 질문에 “내년에 하기로 했는데, 우리 여망은 이걸 조금 더 빨리하자는 것”이라며 “오스틴 장관이 군사 당국에 내년 봄쯤 할 수 없는지 검토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말했다.
한·미 당국은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사령관이 지휘하는 미래연합사의 운용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기본운용능력(IOC), 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 등 3단계 역량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IOC 평가는 2019년에 마쳤지만, 나머지 평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중단된 상태다. FOC 검증 연습은 3단계 검증 절차 중 두 번째 단계에 해당한다.
앞서 서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지난 2일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을 통해 FOC 평가를 내년에 시행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오스틴 장관은 내년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CCPT) 때 FOC를 실시한다고 밝혀 후반기 시행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이후 오스틴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면서 ‘평가 조기 시행’ 방안이 논의됐고, 한·미 군 당국의 협의가 재개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었던 ‘임기 내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군 당국은 FOC 평가 조기 시행으로 “조속한 전환의 터전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조기 전환의 실익이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FOC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평가 핵심은 대규모 미 증원군이 한반도에 진입했을 때 한국군 사령관이 지휘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보는 것으로 이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대체할 순 없다”며 “코로나19로 대규모 훈련 자체가 불가능한데, 내년 상반기로 시점을 못 박으면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 SCM에서 북한의 고도화된 핵·미사일 능력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작전계획 수립을 발표해놓고 기존의 ‘작계5015’로 평가를 진행하는 게 비합리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박 교수는 “작계가 새롭게 구성되면 평가 기준이 바뀔 수 있는데, 기존 작계를 기준으로 평가를 앞당겨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완전히 비효율적인 평가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한국군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다음 정권에서 논의하면 되는 것”이라며 “평가도 제대로 하기 힘든 상황에서 조기 시행에만 매달리는 게 진정 한반도 안보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