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상황 발생시 운전자의 반응 속도 등을 기준으로 고의적 교통사고를 적발하는 시스템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의해 개발됐다. 그동안 보험사기가 의심돼도 ‘고의성’ 입증이 어려워 수사가 난항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 국과수의 감정 평가를 통해 처벌이 확대될 전망이다.
국과수는 3년전 고의 교통사고를 전담하는 교통범죄실을 구성, 연구한 결과 고의 교통사고 범죄유형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범죄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국과수는 이를 위해 105명의 지원자를 받아 위험 상황에서 운전자의 시선, 조향, 제동 반응 등을 연구했다.
20~40대 남녀 운전자로 구성된 실험에서는 중앙선 침범, 무단횡단, 차량 끼어들기, 교차로 신호 위반의 상황을 두고 운전자 대응을 조사했다. 또 눈동자의 움직임을 체크하는 ‘아이 트래커’를 통해 시야각도 등 다각도의 반응을 측정했다.
위험을 인지한 후 제동·조향 등 전체 운전자가 반응하는데 걸린 시간 가운데 대부분 운전자가 해당하는 85분위 값은 0.55~0.80초였다. 중앙선 침범은 0.65초, 무단횡단은 0.80초, 끼어들기는 0.66초, 교차로 교통신호 위반은 0.55초였다. 대부분 운전자가 끼어들기를 제외하고는 방향을 갑자기 바꾸기 보다는 브레이크를 먼저 밟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현저히 다른 반응이 나올 경우 보험 사기로 의심할 수 있는 셈이다. 이 연구는 지난 7월 과학기술인용색인(SCI)급 국제 학술지에 게재되며 성과를 인정받았다.
국과수는 이를 바탕으로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들의 범행유형, 장소, 시간 등의 운전 패턴을 분석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개발했다. 여기에 자동차 사고기록장치(EDR) 분석, 운전자 행동분석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고의성 입증 체계를 보강했다. 그 결과 2017년 93건에 불과했던 고의 교통사고 감정 의뢰 건수는 올들어 11월까지 1196건으로 약 13배나 급증했다. 국과수는 고의 교통사고 감정 사례와 분석기법을 경찰청, 금융감독원, 손해보험협회 등에 전파해 범죄 예방에 나설 계획이다.
고의 교통사고 사기는 수법이 조직화·지능화되면서 나날이 증가 추세다.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17년 7302억원에서 지난해 8986억원으로 3년간 23% 증가했다. 국과수 관계자는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고, 보험사기 피해를 줄여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