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암초 부딪힌 종전선언 구상…바이든 새 대북 제재

입력 2021-12-12 08:45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첫 대북제재에 나서면서 문재인정부의 종전선언 구상이 또다시 암초에 부딪혔다.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미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로 가뜩이나 종전선언 구상이 탄력을 받지 못한 상황이어서 문재인정부가 난감한 입장이 됐다.

미 재무부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인권의 날을 맞아 북한 중앙검찰소와 사회안전상 출신 리영길 국방상 등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강제 노동과 인권 탄압이 이유였다.

미 재무부는 “중앙검찰소와 북한의 사법체계는 불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주민들을 악명 높은 강제수용소로 보내고 있다”며 “북한 주민들은 강제 노동과 지속적인 감시, 자유와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례도 언급했다. 북한이 운용하는 조선 4·26아동영화촬영소(SEK Studio)는 북한의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을 중국에 불법 취업시켰다는 이유로 제재 명단에 올랐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인권을 우리 외교 정책의 중심에 놓기로 했다. 반인권 행위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 제재를 가한 건 처음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이 올해 들어 여러 차례 미사일 도발을 하며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했을 때도 제재가 필요하다는 원칙론만 거론했을 뿐, 실제 제재를 새로 부과하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을 내놨지만, 북한이 반발한다면 북미 관계는 더욱 교착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북한 전문 매체인 NK뉴스는 대북 전문가를 인용해 “북한은 반발할 여지가 크다. 미국의 제재는 북한을 종전선언에서 더욱 멀어지게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선 제재 해제가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힘을 잃을 공산이 크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간에도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 원칙을 내세우며 제재 완화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종전선언 핵심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점점 악화하고 있는 것 역시 악재가 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 종전선언 추진 동력을 약하게 했다.

여기에 한국계 영 김, 미셸 박 스틸 의원 등 공화당 하원의원 35명은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성 김 대북특별대표 등에게 종전선언을 반대하는 서한도 보냈다.

미 국무부 대변인 관계자는 11일 이에 대해 “우리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이루기 위해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주요 법안 처리를 위해 공화당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어서, 영 김 의원 등의 공개적 반대는 바이든 행정부의 선택지를 더욱 좁힐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