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비석’ 밟았던 이재명 “全 경제는 성과”…“소통강화” “역효과” 평가 엇갈려

입력 2021-12-12 04:55 수정 2021-12-12 04:5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 방문을 마치고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구·경북(TK) 민심을 잡기 위해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인 부분을 인정하는 평가를 내놓았다. 그러나 이 후보는 지난 10월 광주를 찾았을 때 전씨 기념비를 밟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고, 전씨 사망 때도 박한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이에 TK 민심을 고려한 적극적인 소통 행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일관성이 없고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는 발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후보는 11일 경북 칠곡의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방문, 즉석연설을 통해 보수진영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의 이름을 줄줄이 열거하며 “모든 정치인은 공과(功過)가 공존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전체적으로 보면 전두환이 삼저호황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인 게 맞다”면서도 “그러나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 생명을 해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는, 결코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될 중대범죄다. 그래서 그는 결코 존경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비난을 이어온 전씨에 대해 성과 부분을 거론한 건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지난 10월 22일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 입구 땅에 박혀 있는 ‘전두환 기념비’를 두 번이나 밟았다. 그는 당시 “전두환씨는 내란범죄의 수괴이고 집단학살범”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0월 22일 광주 북구 민족민주열사묘역(옛 망월묘역) 입구 땅에 박혀 있는 '전두환 기념비'를 밟고 있다. 뉴시스

이 후보는 또 지난달 23일 전씨 사망 당시에도 “군사 반란을 일으키고 무고한 광주시민을 살상하며 권력을 찬탈한 내란 학살 주범”이라며 “흔쾌히 애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이 후보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구·경북이 낳은, 평가는 갈리지만 매우 눈에 띄는 정치인”이라고 평했다.

이 후보가 TK는 물론 보수층 표심을 겨냥한 ‘동진정책’의 일환으로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쟁자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호남 표심을 잡기 위해 적극적인 ‘서진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후보가 전씨의 성과를 언급한 발언이 표심에 미칠 효과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0월 22일 광주 북구 민족민주열사묘역(옛 망월묘역) 입구 땅에 박혀 있는 '전두환 기념비'를 밟고 있다. 뉴시스

TK 민심과 적극적인 소통을 하기 위한 모습으로 비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한 선거 전략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며 “정치인이 낮은 자세를 보이면서 소통을 강화하는 행보로 지역에서는 환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기존 지지층에서도 이 후보가 변심했다고 보기보다는 지역에 내려가서 그 지역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는 식으로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지금 당장 표심에 어떻게 작용할지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고집대로 밀고 나갈 것 같은 이 후보지만 민생을 위해서는 이번처럼 바뀔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후보가 일관되지 못하다는 비판은 물론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말이라는 건 일관성이 있어야 진정성이 느껴진다”며 “(이 후보의 이번 발언은) 일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당연히 진정성을 의심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TK 표심에 별다른 영향을 못 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 평론가는 “특정 지역에 가면 그 지역 유권자들 입맛에 맞춰서 정치인들이 발언을 조금씩 조절할 수밖에 없다”며 “윤 후보도 호남에 가면 발언 내용이 조금씩 바뀌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고향인 안동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씨가 11일 경북 안동시 안동중앙신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이 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 온갖 악담을 퍼부었는데, 이번에 TK를 가서는 ‘그때그때 달라요’를 보여줬다”며 “과연 유권자들이 지도자로서 이 후보가 진정성이 있다고 느끼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황 평론가는 또 “호남 등 다른 지역에서는 ‘이 후보 왜 이래’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며 “잃는 게 더 많았던 TK 행보였다”고 기존 지지층까지 돌아설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차 교수는 “시류에 영합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고, 이 후보의 진정한 정체성은 무엇이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며 “국민 신뢰 측면에서는 일관된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때와 장소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