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차별금지법 제정 시위를 벌인 성소수자들에게 “다했죠?”라고 발언해 논란을 산 것에 대해 “쌀쌀맞게 느껴졌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는 10일 대구의 한 카페에서 대학생·취업준비생 등이 참석한 ‘쓴소리 경청’ 행사에서 문제의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계속 이야기가 길어져서 ‘다 말씀하셨죠’라고 말한 것인데 그게 좀 쌀쌀맞고 차갑게 느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7일 서울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시위대의 항의를 받자 “다했죠?”라고 말한 뒤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 당시 시위대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한 말에 사과해 달라”고 이 후보에게 항의했다.
이 후보의 발언에 따라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커졌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성소수자들의 가슴에 ‘나중에’의 상처가 선명한데 이제 ‘다했죠’의 상처까지 더해졌다”며 “이 후보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염원한 모든 시민께 사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의당 여영국 대표도 “잔인한 천사의 미소였다”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노령의 시장상인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다정한 감성의 소유자가 항의하는 성소수자들에게는 약 올리듯 ‘다했죠’라고 말한다. 너희는 표가 안 된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이 후보는 ‘비호감도가 무엇 때문에 형성됐느냐’는 질문에는 “왜 저를 싫어하게 됐나, 왜 팩트가 아닌 것으로 공격받아 상처투성이가 되었느냐를 생각하니 비주류 정치인의 운명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기득권 세계에서 성장한 정치인이면 (다른 사람들과) 관계가 좋은데 저는 주류가 아닌 변방의 비주류, 아웃사이더로 공격의 대상이 됐다”며 “저는 물론 공격을 활용해 밟고 올라와 빨리 성장한 측면이 있지만 대신 상처는 엄청 많다. 상처는 엄청 많고 온몸이 흉터투성이”라고 답했다.
최근 보수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펨코리아에 올린 인증글이 운영규정 위반을 이유로 삭제된 것에 대해서는 “제가 그 커뮤니티에 글을 쓴다고 그 사람들이 생각을 바꾸어서 비호감을 하다 지지하겠느냐”며 “여성 커뮤니티에도 가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관련 손실 보상에 대해서는 ‘왜 허경영처럼 1인당 1억원씩 주지 않느냐’는 질문에 “표퓰리즘이라고 비난하고 싶은가본데, 표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며 “국민이 피해 본 것을 방치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