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한국시간) “오늘날 민주주의는 민주주의 내부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가짜뉴스의 폐해를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민주주의 정상회의’ 둘째 날 사전 녹화된 영상 연설을 통해 “온라인 미디어나 SNS 공간을 통해 빠르게 퍼지는 가짜뉴스가 혐오와 증오, 포퓰리즘과 극단주의를 퍼뜨리고 심지어 백신접종의 거부를 부추기고 있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그러나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 신념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가짜뉴스에 대한) 적절한 억제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되 가짜뉴스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킬 자정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확고히 보장하되 ‘모두를 위한 자유’와 함께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국은 세계 언론의 독립성 증진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가짜뉴스에 대한 팩트체크와 사실 탐사의 노력이 더해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이날 연설에서 “한국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나라”라면서 “권위주의가 국민을 억압할 때마다 한국 국민들은 평화적인 시민혁명으로 민주주의를 지키고 진전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민주화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 첫날인 전날에도 “민주주의는 권위주의를 무너뜨리며 성장했지만 나라 안팎의 권위주의는 끊임없이 되살아나고 있다”며 “한국 국민들은 지금도 권위주의에 맞서 싸우는 나라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정상회의가 미국이 ‘권위주의 정권’으로 규정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성격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 측도 이에 노골적으로 불쾌한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의 발언은 회의를 주재한 미국의 입장에 결을 같이 하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중국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