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들 ‘이재명 세일즈’ 열풍… ‘사랑 고백’부터 ‘뒷얘기’까지

입력 2021-12-11 05:05 수정 2021-12-11 05:05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5일 전북 완주군 완주수소충전소에서 열린 국민반상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이 90일 이내로 다가오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체가 ‘이재명 세일즈’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변방의 장수’였던 이재명 대선 후보를 ‘우리의 장수’로 세우기 위해 앞다퉈 자신의 SNS 계정에서 이 후보 알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선 후보가 오랜 기간 ‘변방의 장수’였기에 그에 대해 정확하고 자세하게 소개할 필요가 있고,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대면 유세에 현실적 제약이 많은 탓이다.

이재명 세일즈의 선봉에 선 이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다. 송 대표는 지난달 19일 페이스북에서 “아는 만큼 다시 보이게 될 것”이라며 “이재명을 공부해 달라”고 민주당 의원 및 당원들에게 호소했다. 그러면서 ‘릴레이 이재명 바로 알기 캠페인’을 제안했다.

국민일보는 지난 8일부터 사흘간 민주당 의원 169명이 페이스북에 올린(11월 19일~12월 9일) 이 후보 홍보 글을 전수 조사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이재명 세일즈’는 다양한 유형으로 펼쳐졌는데, 조건 없는 ‘사랑 고백형’부터 이 후보와 함께 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비하인드 스토리형’, 각종 논란을 반박하는 ‘호위무사형’, 이 후보의 가난한 어린 시절 극복기를 강조하는 ‘감성 자극형’까지 다양했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여러 유형 가운데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이 후보의 면면을 담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먼저 시선을 끌었다. 안호영 의원은 지난 8일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으로 전북을 방문한 것과 관련해 ‘비하인드 스토리, 먹는 것에도 스타일이 드러나는 남자’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그는 “연신 ‘맛있다’를 연발한 이재명 후보, 어죽 매력에 흠뻑 빠졌다”며 “후보가 ‘제가 맛없는 건 맛있게 못 먹어도, 맛있는 건 참 맛있게 먹을 줄 안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먹는 것에서도 솔직하고 바르게 뻗은 직선 같은 스타일이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선대위 전략본부장을 맡고 있는 강훈식 의원은 지난 3일 이 후보와 전략 본부 팀원이 연 간담회에서의 일화를 공개했다. 강 의원은 “간담회를 마칠 즈음 후보님께서 나이가 가장 적은 팀원들의 아이디어가 제 것보다 더 반짝반짝할 거라며 의견을 궁금해해서 팀원들 전체가 있는 텔레그램방에 초대해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보름 가량 후보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 보니 오는 문자를 정말로 다 읽으시더라”며 “지휘 체계를 다 거쳐서 도착한 말엔 없는 것들이 거기 있다고 하셨다”고 부연했다.

김남국 의원은 “후보가 2일 김대중도서관 전시실을 방문했을 때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꼼꼼한 게 김대중 대통령을 닮았다’고 극찬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후보가 전시물에 ‘시베리아횡단철도(TCR)’라고 적힌 것을 보고 ‘TCR이 아니라 TSR’이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라며 “수많은 관람객이 방문하는 곳에서 18년 동안 오류를 발견하지 못하고 방치해 왔던 것을 후보가 바로 발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박주민 의원과 홍정민 이소영 의원은 자신이 직접 찍은 이 후보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들은 연설문을 다듬는 이 후보의 사진과 함께 ‘진정한 노력파’ ‘페이퍼워크(서류 작업)도 직접 하는 후보의 내공’이라는 소감을 올렸다.

감성적으로 사랑 고백을 전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송 대표는 지난달 말 “이재명을 알기 위해서 저는 그가 전해준 말과 글을 읽는다”며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글을 썼다.

강훈식 의원은 이 후보가 지난달 13일 배우자인 김혜경씨와 전화 연결한 ‘명심캠프’ 영상을 공유하며 “무뚝뚝하지만 속 정 깊은 흔한 대한민국 남편,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했다.

이 후보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맞서 호위무사를 자처한 글들도 적지 않았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기동민 의원은 이 후보가 지난달 ‘이재명의 민주당’이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당을 사당화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지난 1일 “웃기는 짜장”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재명은 고유명사가 아니라 대명사다. ‘OOO의 민주당’이 필요한 것”이라며 “우리는 이재명을 통해 꿈을 실현할 것”이라고 이 후보를 변호했다.

이 후보가 기본소득, 국토보유세 등 핵심 공약을 국민이 동의하지 않으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 ‘철회 논란’이 일었을 때는 경선 캠프에서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우원식 의원이 나섰다. 우 의원은 지난 2일 “‘이재명 스타일’은 대화하고 이해시키면서 그 속에서 대안을 만들어가는 것이지 무조건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는 것과 거리가 멀다”고 반박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지난달 22일 TV조선이 주최한 포럼에서 프롬프터가 중단돼 윤 후보가 연설을 시작하지 못하고 2분간 침묵한 해프닝이 발생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 후보와 윤 후보를 비교하는 글을 잇달아 올렸다.

장경태 의원은 글에서 “프롬프터가 없어도 국가 정책 비전을 조리 있게 말할 수 있는 후보, 국가 정책 비전을 발표하는 시간에 프롬프터가 없자 침묵으로 서 있는 후보. 두 후보 중 누가 일을 잘 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이 후보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부각하며 형수 욕설, 전과 4범 논란 등 후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글도 다수였다. 특히 이 후보가 지난 4일 전북 군산시 공설시장을 방문해 “비천한 집안 맞다, 그러나 진흙 속에서도 꽃이 핀다”며 가족사를 언급했던 연설이 자주 인용됐다.

송 대표는 해당 연설 영상을 공유하며 “요양보호사이신 이 후보의 큰 누님의 삶과, 요양병원 불법 영업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윤 후보 장모의 삶이 극적으로 대비가 된다”고 강조했다.

고민정 의원도 영상 링크를 글과 같이 올리면서 “주변이 온통 검사 출신들로 들끓고 비전 설정도 없이 오로지 분노와 적개심으로 뭉쳐진 윤석열 후보가 아닌 우리 국민과 함께 진흙탕에서 뒹굴며 살아온 나라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아는 검증된 이재명 후보에게 마음을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5일 전북 정읍시 샘고을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선거운동이 어려운 환경이 ‘이재명 SNS 세일즈’ 마케팅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대규모 대면 선거운동이 어렵다 보니 SNS만큼 좋은 비대면 홍보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개인 플랫폼을 통한 홍보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젊은 지지층을 노린 홍보 활동 같은데, 이게 2030세대에 먹힐지 모르겠다”며 “젊은 지지층이 현 정권에 가진 반감은 오랜 시간 누적된 결과인데, SNS 몇 번 한다고 뒤집힐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 후보 본인이 스스로에 대한 오해나 비판을 직접 해명하는 것보다는 지역구 의원들이 SNS을 통해 구민들에게 진실을 알려주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만약 의원이 잘못된 정보를 기반으로 글을 올릴 경우 지지자들의 더 큰 분노를 살 것”이라며 부주의한 게시글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안규영 기자, 김미진 인턴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