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세무사 시험 일부를 면제받는 ‘특혜 전형’으로 480여명의 세무공무원이 세무사 자격증을 손에 쥔 가운데, 이들 대부분이 국세청 출신 공무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공무원 출신이 아닌 다른 면제 유형은 2016년 이래 전부 ‘합격자 0명’ 행진을 기록했다. 올해 비정상적으로 급증한 ‘시험 면제자’들이 단순한 세무공무원이 아닌, 사실상 ‘국세청’ 단일 조직 출신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10일 한국산업인력공단(산인공)이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세무사 합격자 면제 유형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에서 2021년까지 세무사 시험을 일부라도 면제받고 합격한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자는 총 487명에 달했다.
이 중 지난 5년간 ‘국세경력자’ 외 시험 면제 전형에 응시한 이들의 합격률은 줄곧 0%를 기록했다. 산인공이 국세경력자를 제외하고는 단 한 명도 합격시키지 않고 모두 떨어뜨렸다는 의미다. 반면 시험을 면제받고 세무사가 된 이들은 대부분 국세청 출신 ‘국세경력자’ 유형 응시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경력자는 중앙국세청·지방국세청에서 국세 업무를 담당한 세무공무원을 의미한다. 산인공 관계자는 “일부 국가기관 등에서 국세 업무를 담당하는 인원도 소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국세청 출신”이라고 말했다.
자료에 따르면 산인공은 2016년(47명)부터 매년 수십명의 국세경력자를 시험 면제 전형으로 합격시켰다. 특히 올해의 경우 국세경력자 출신 합격자가 237명에 달했다. 산인공은 국세경력자, 지방세경력자, 군 경력자 등 6가지 유형에 시험 면제 자격을 부여하는데, 공교롭게도 국세청 출신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세경력자 외에는 아무도 세무사 자격증을 손에 쥐지 못했다.
앞서 지난 9월 실시된 세무사 시험에서는 전체 합격자 3분의1을 세무공무원이 차지하며 ‘난이도 조작 논란’이 일었다. 세무공무원은 면제받지만 일반 수험생은 울며겨자먹기로 치를 수밖에 없는 ‘세법학 1부’ 과목의 과락률을 높여 일반 수험생을 대거 떨어뜨리고, 모두가 함께 치르는 과목은 쉽게 출제해 세무공무원 출신에게 유리하게 난이도를 조정했다는 의혹이다. 올해 세법학 1부의 과락률은 82.13%를 기록했는데, 한 과목이라도 과락할 경우 합격할 수 없는 세무사 시험 특성상 일반 수험생들은 이 과목에서 대거 탈락하고 그 자리는 세무공무원에게 돌아갔다.
산인공은 이 같은 사태가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험생 단체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세시연)’는 계획적인 ‘공무원 밀어주기’가 의심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세시연 관계자는 “이번 시험은 기성세대 기득권층이 청년 일자리를 뺏어간 ‘불공정’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김성원 의원은 “올해 세무사시험은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할 만한 정황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며 “근본적인 시험 제도 개선 뿐 아니라 이번 시험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김경택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