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미국으로 향하던 중남미 이민자들을 100명 넘게 실은 화물차가 넘어져 수십 명이 숨지는 참사가 빚어졌다.
AP통신과 AFP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9일(현지 시간) 멕시코 남동부 치아파스 주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로 현재까지 최소 54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사고는 치아파스주의 주도 툭스틀라구티에레스로 연결되는 고속도로 커브 길에서 발생했다. 멕시코 당국이 발표한 초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커브를 돌다 중심을 잃고 쓰러진 트럭이 근처에 있던 철제 육교 하단부에 충돌하며 사고가 발생했다.
AFP 통신은 멕시코 검찰 발표를 인용해 화물 트럭 운전자가 과속 운전을 했고 화물칸에 실린 사람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넘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발생한 치아파스 주는 과테말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는 이주민들이 주로 거쳐가는 곳이다.
사고를 수습하던 한 구급대원은 미등록 체류가 적발될까 두려워 피를 흘리면서도 다리를 절뚝거리며 현장을 벗어난 부상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사고가 난 트럭에 탑승했던 사람들은 밀입국 알선업자에 돈을 내고 멕시코 남부 국경 인근에서부터 중부 푸에블라까지 이동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당국은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대규모 이주 행렬을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빈곤, 범죄 집단의 폭력, 코로나19 감염 등 위험 요소를 피해 미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중미 이민자 600여명을 트럭 6대에 나눠 태워 미국으로 가려던 이주 행렬이 적발됐다. 11월에는 구급차 뒤칸에 30여 명이 숨어 멕시코 남동부 타바스코에서 국경을 넘어가려다 불심 검문에 걸렸다.
CNN은 국제이주기구(IOM)의 데이터를 인용해 올해에만 최소 650명이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으려다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이주기구는 집계된 수치보다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정확히 기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천현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