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심화시킨 ‘문송합니다’

입력 2021-12-10 12:33 수정 2021-12-10 14:43
사회과학 전공 고용 11% 줄 때, 자연과학 고용 8.2% 증가
전문대 이상 졸업자 남성 중 비경제활동인구 12% 증가
청년 47%는 졸업 후 첫 일자리 1년 이하 계약직


코로나19를 계기로 사회과학이나 인문학을 전공한 대졸자의 고용률은 급감했지만, 자연과학 및 수학·통계학 전공 대졸자 취업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하면서 고용 시장에서도 전공에 따른 희비가 엇갈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유행한 ‘문송합니다(문과라 죄송합니다의 줄임말)’란 말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1’에 수록된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와 함선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의 ‘코로나19와 청년노동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대졸자의 고용률은 전공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과 3차 대유행이 있었던 지난해 8~9월과 지난해 12월~올해 2월 사이 사회과학, 언론 및 정보학 전공 대졸자의 고용률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0.3%, 11.6% 감소했다. 집필진이 고용률을 추적한 10개 전공군(群) 가운데 가장 많이 감소한 것이다. 인문학 전공 대졸자 고용률 역시 코로나19 1차(지난해 3~4월) 대유행기와 2·3차 유행기 동안 각각 5.6%, 7.2%, 5.7% 줄었다. 예술을 전공한 대졸자의 고용률은 코로나19 1·2·3차 대유행 기간 각각 1.7%, 2.3%, 4.8% 감소해 대유행이 진행될수록 감소 폭이 확대됐다.

반면 자연과학, 수학 및 통계학 전공 대졸자의 고용률은 3차 대유행기인 지난해 12월~올해 2월 사이 8.2%나 증가했다. 코로나19 1차 대유행기만 해도 자연과학 등 전공자의 고용률은 0.7% 감소했지만, 2차 유행기 1.1% 증가로 돌아선 뒤 계속 증가세를 보였다. 집필진은 “코로나19 이후 경제 구조가 데이터 기반 디지털로 전환된 데 따른 효과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보건 및 복지 전공 역시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증가하거나 거의 변화가 없었다.

어렵게 취업한다 해도 질 좋은 일자리가 아닌 점도 문제다. 집필진 분석에 따르면 30세 미만 청년층이 졸업 이후 갖는 첫 일자리 가운데 1년 이하 계약직의 비율은 올해 47.1%로 지난해 41.9%에 비해 5.2% 포인트나 늘었다. 특히 시간제 근로자 비율도 지난해 34.4%에서 올해 38.3%로 크게 늘었다. 특히 전문대 이상 졸업자 남성 가운데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율은 코로나19 1·2차 대유행 기간에 각각 12.3%, 12.7%를 기록했다. 취업도 하지 않고 적극적인 구직활동도 안 한 청년이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