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늦었다고 “가난 대물림 할래” 폭언 교사…경찰 수사

입력 2021-12-10 10:54 수정 2021-12-10 10:55

“가난을 대물림하고 싶냐. 공부 못하면 기술이라도 배워라.”

지난 8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인천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수업시간에 10분 늦은 학생에게 이 같은 폭언을 했다며 사과와 처벌을 바란다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이후 논란이 커지면서 학교 측이 해당 교사를 신고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0일 인천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인천 서구의 한 고등학교는 소속 체육 교사인 50대 A씨를 수사해달라고 경찰에 신고했다. 학교 측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A씨가 2학년 학생인 B군(16)에게 폭언을 했다는 B군 가족의 청원 글이 올라온 것을 확인한 뒤 교육부 연락을 받고 경찰에 신고했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 캡처

청원글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일 체육수업에 10분 정도 늦은 B군에게 20분간 운동장을 뛰도록 지시하면서 “가난을 대물림하고 싶냐, 이런 애들이 불우한 환경을 탓한다”며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냐. 공부를 못하면 기술이라도 배워라”고 말했다고 한다.

폭언을 들은 B군은 수치심에 보건실에서 청심환을 먹고 보건교사와 상담을 하던 중 과호흡·손목마비·혈압상승 등 증상으로 119구급차로 이송돼 병원에서 치료까지 받았다고 B군 가족은 전했다.

B군 가족은 “A씨는 B군이 편부모이고 형편상 부모가 아닌 형과 산다는 점과 지난해 학교에서 금전적 지원을 받은 내용도 알고 있었다”며 “그런 교사가 학생에게 가정환경과 가난의 대물림 등을 언급하며 인격을 모독하고 수치심을 줬다”고 주장했다.

B군 가족은 학교를 방문해 A씨와 면담을 하면서 겪은 일도 언급했다. B군 가족에 따르면, A씨는 팔짱을 낀 채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큰소리가 아니라 다른 애들이 못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과할 마음이 없고 황당하다”는 발언이 있었다고도 전했다.

B군 가족 측은 청원글에서 “교사가 학생의 학습태도에 대해 담임교사를 통해 부모에게 지도편달 및 주의를 줄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학생에게 가정환경, 가난 대물림을 언급하며 구급차를 부를 지경으로 만들었고, (B군은) 이후도 집에서 처지를 비관하고 자책하며 눈물만 흘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아이 마음의 상처와 트라우마, 이후 학교생활은 어떻게 누가 책임을 지느냐”며 “체육교사 A씨의 진심 어린 사과와 처벌을 바란다”고 밝혔다.

학교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B군을 먼저 조사한 뒤 A씨를 상대로 학대 여부가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인천시교육청은 A씨를 수업에서 배재하고 B군과 불리하도록 조치했고, 수사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