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성적표에 사상 초유 ‘공란’…생명과학Ⅱ 논란 첫 재판

입력 2021-12-10 09:58 수정 2021-12-10 10:08
10일 강원 춘천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2022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10일 사상 처음으로 ‘공란’이 표기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를 배부했다. 법원이 과학탐구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한 ‘정답 결정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데 따른 조치다.

교육부는 이날 전체 수험생에 대한 수능 성적표를 예정대로 배부하면서 생명과학Ⅱ응시자 6515명에게 해당 과목이 공란으로 처리된 성적표를 발급했다. 생명과학Ⅱ에 응시하지 않은 학생들은 정상적으로 전 과목 등급과 백분위, 표준점수가 적힌 성적표를 받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전날 수험생 등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낸 정답결정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해 수험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정답결정처분의 효력이 유지될 경우 신청인들은 생명과학Ⅱ 과목의 등급이 결정된 성적표를 받게 되고, 이를 기준으로 대입 수시 및 정시 전형에서의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며 “그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하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당장 오는 16일까지 각 대학의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가 예정돼 있고, 오는 30일부터는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되는 만큼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수시모집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제시한 대학들은 수능 성적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선발을 하기 어렵다.

재판부는 “효력을 정지하는 경우 생명과학Ⅱ 과목의 성적 통보가 지연돼 2022학년도 대입전형일정에 지장을 줄 수 있긴 하다”면서도 “효력정지 기간을 본안 판결 선고시로 정하고 본안 사건을 신속히 심리해 지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수능 정답결정처분 취소 본안소송의 첫 변론기일은 이날 같은 법원에서 진행된다. 재판부가 ‘신속한 심리’를 언급한 만큼 첫 재판부터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논란이 된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은 동물 종 두 집단에 대한 유전적 특성을 분석해 멘델집단을 가려내 옳은 선지를 구하는 문제다. 출제오류를 지적하는 이들은 계산 과정에서 특정 집단의 개체 수가 음수(-)가 되기 때문에 보기의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집단이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문항에는 156건의 이의가 제기됐으나 평가원은 “이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교육과정 학업 성취 기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고 판단했다”며 정답을 그대로 유지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