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일 해군참모총장을 교체키로 했다. 그러나 후임자 발표는 이례적으로 미뤄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불과 5개월 가량 남은 상황에서 해군참모총장을 교체하는 것과 관련해 특정 인사를 꽂기 위한 ‘알박기 인사’를 시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퍼지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2021년 후반기 장성급 장교 인사를 발표하면서 해군참모총장 교체 방침을 알렸다.
국방부는 “해군참모총장 인사는 장군 인사 시기, 2022년 대통령 선거, 새 정부 출범 이후 안정적인 지휘체계와 부대 관리 유지, 군사 대비 태세 확립을 위해 인사를 단행할 시점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부석종(해사 41기) 현 해군참모총장의 후임 인선에 대해 “해군의 혁신과 발전을 도모할 우수 인재로 조만간 임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후임자는 이르면 다음 주쯤 내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부석종 총장은 2년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부임 1년 8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최근 해군의 숙원 사업인 경항공모함 예산을 극적으로 반영하는 데 있어 부 총장이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중대한 실책을 저지르지 않은 그를 교체하는 데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제주 출신인 부 총장의 후임자 인선이 미뤄진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서욱 국방장관(광주), 박인호 공군총장(전북 김제) 등이 호남 출신이라 신임 해군참모총장까지 호남 출신 장성이 기용될 경우 지역 편중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군 안팎에선 정치권 유력 인사들이 서로 다른 후보자를 밀며 해군참모총장 인사에 개입하려 한다는 의심도 있다.
그러나 군 관계자는 “현재 후임자에 대한 인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부 총장의 경우 문책성 인사는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이번 인사에서 박정환(육사 44기) 합참 작전본부장을 합참차장에 임명하는 등 중장급 이하 장성 인사를 단행했다. 안병석(육사 45기) 1군단장도 육군참모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 장성 인사에서 중장 진급자는 육·해·공군 통틀어 모두 11명이다. 육군에서는 강신철 국방개혁비서관을 비롯해 신희현, 여운태, 이규준, 이두희, 장광선 소장 등 6명이 진급했다. 강 비서관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은 군단장으로 보임됐다.
해군에선 이성열, 정승균 소장 등 2명이 중장으로 진급해 각각 해군사관학교장과 교육사령관을 맡는다.
공군에서는 신옥철, 박웅, 박하식 소장이 중장에 진급하면서 각각 공군참모차장과 교육사령관, 공군사관학교장에 임명될 예정이다.
소장 진급자는 육군 16명, 해군 4명, 공군 5명 등 25명이다. 준장 진급자는 육·해·공군과 해병대를 합쳐 모두 75명이다.
특히 육사 준장 진급자 중에서는 육사 51기 11명이 처음으로 별을 달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강조된 비(非) 사관학교 출신과 여성 기용 기조는 마지막 장성 인사에도 두드러졌다.
육군 기준으로 대령에서 준장 진급자 52명 중 18명(약 34.6%)이 비육사 출신이다. 해군(해병대 포함) 준장 진급자는 12명 중 2명, 공군은 11명 중 1명이 비사관학교 출신이다.
이번 진급자 명단에 포함된 여군은 3명이다. 국방부 측은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우수인재 중 정정숙(보병), 강영미(공병), 강점숙(간호) 등을 선발해 여성 인력 진출을 확대했다고 전했다.
정정숙 준장은 여군 최초로 보병 소장으로 진급했으며 강영미 대령은 공병 병과 최초 여성장군으로 발탁됐다.
이번 인사는 문 대통령 임기 중 사실상 마지막 장성 인사가 될 전망이다.
군은 매년 상·하반기 2차례에 걸쳐 정기인사를 단행한다. 통상 전반기 인사는 4월, 후반기 인사는 10월쯤 이뤄진다.
하지만 올해 전반기 인사도 인사검증 작업이 지연되면서 5월에서야 단행됐고, 후반기 인사도 마찬가지로 늦어졌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