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의지 아닌 주님의 인도하심으로”

입력 2021-12-09 18:30 수정 2021-12-09 18:33

북아프리카 선교사였던 김대훈 목사는 귀국한 뒤 경기도 파주에 교회를 개척했다. 교회 개척은 쉽지 않았다. 5년 반 만에 사역을 접고 대구를 거쳐 포항으로 내려왔다. 이곳에서 아내와 함께 상담소 ‘상담과 환대의 집 오두막’을 개소했다. 이때만 해도 김 목사는 다시 개척을 할 거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다.

김 목사는 최근 ‘라이트하우스 경주’를 개척했다. 오는 12일 오후 4시 첫 예배를 드린다. 김 목사가 다시 개척을 하게 된 데에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었다. 포항에서 다닐 교회를 찾던 김 목사 부부는 그 즈음 SNS 등을 통해 ‘라이트하우스 포항’ 개척 소식을 들었다.

지난 3월 라이트하우스 포항 첫 예배에 참석한 김 목사 부부는 그곳에서 라이트하우스 무브먼트 얘길 들었다. 라이트하우스 무브먼트는 ‘탱크 목사’로 유명한 홍민기 목사가 주축이 돼 여러 곳에 크진 않아도 건강한 교회를 세우자며 시작한 교회개척운동이다. 코로나19 어려움 속에서도 김포, 포항, 경주 등 계속해서 곳곳에 교회를 세우고 있다.

이것이 인연이 돼 김 목사는 라이트하우스 무브먼트가 진행하는 교회개척훈련 ‘플랜팅 씨드’에 참여했다. 김 목사는 9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서 개척은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라이트하우스 포항에서 예배를 드리고, 라이트하우스 무브먼트 공동체가 함께 개척해 나가는 모습에 마음이 열렸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파주에서 개척할 땐 ‘내 생각 내 의지’가 앞섰다면 경주는 하나님이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로 먼저 일하고 계시구나 하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그래서 기대가 된다”고도 덧붙였다.

하나님께서 김 목사에게 개척의 마음을 주셨을 때 김 목사는 교회가 세워질 지역을 놓고 기도했다. 그러던 중 경주가 마음에 들어왔다. 교회 건물을 세우지 않고 공간을 빌려 예배를 드리는 라이트하우스 특성상 김 목사는 경주 시내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예배 처소를 물색했다.
라이트하우스 경주 첫 예배가 드려질 경주 성건동의 카페. 라이트하우스 경주 제공

막막했지만 일요일 오후 3~4시간 정도를 무료로 빌려줄 곳을 찾아 나섰다. 그러다 경주 성건동에 있는 한 카페를 소개받았다. 주인 분들은 흔쾌히 허락했다. 주인은 자신이 몸이 좋지 않으니 치료할 때까지 카페 운영도 맡아달라고 했다. 주인 부부 양가 부모님들도 카페가 예배 장소로 쓰이는 게 기쁘다고 했다.

김 목사는 깜짝 놀랐다. 예배 처소가 마련된 것도 놀랍지만, 카페가 있는 지역이 경주 내 고려인 밀집 지역이었다. 선교사 출신으로 선교적 교회를 꿈꿨던 김 목사는 이곳이 하나님께서 예비한 곳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는 “이 지역에서 고려인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작은 도서관 관장님과 얘길 나눴는데, 고려인 청소년들을 위한 진로지도 학교가 필요하다고 하시더라”며 “아내가 ‘진로와소명연구소’ 소장이기도 하고 저희 부부가 이전부터 준비하던 사역이 이런 일이기도 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예비하시고, 이끌어 가시는구나 하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교회개척운동 '라이트하우스 무브먼트' 사역자들이 지난 6일 충북 천안에서 처음으로 사역자 수련회를 가졌다. 라이트하우스 무브먼트 제공.

김 목사는 얼마 전 처음으로 열린 라이트하우스 무브먼트 사역자 수련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간증을 나눴다. 김 목사는 “경주에 개척을 시작하지만, (나 혼자가 아닌) 공동체가 함께 한다는 것이 제게 큰 의미가 있다. 라이트하우스 그룹 안에서 동질감, 동역자 의식을 많이 느낀다”고 전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