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구가 지난해 이미 정점을 찍고 내리막에 접어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2028년으로 내다봤던 정점이 순식간에 앞당겨졌다. 향후 10년간은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가파르게 인구가 줄어든다. 2070년이면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시기인 1979년 수준(3700만명대)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출산율로 인해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외쳤던 90여년 전으로 시계가 돌아가는 것이다.
인구 정점, 2년 전보다 8년 앞당겨져
통계청이 9일 발표한 ‘2020~2070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록한 5184만명을 정점으로 인구는 감소할 전망이다. 5년 전 발표했던 장래인구추계에서는 2031년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추계됐다. 5년마다 시행되는 장래인구추계는 심상찮은 저출산 현상을 의식해 2019년 특별 조사를 했었다. 당시 인구 정점은 2028년이었는데 2년만에 더 앞당겨졌다.당장 올해부터 인구 감소가 시작된다. 통계청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6만명 안팎의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자연감소 규모에 국내 유입한 외국인 등 국제 이동 인구를 추계해 본 결과다.
2035년부터 감소 속도 빨라진다
반전 가능성도 적다. 일단 인구 정점을 앞당긴 요인 중 하나인 국제 이동 인구가 갑자기 증가할 가능성이 적다. 코로나19 위기 해소가 요원한 탓이다. 여기에 지난해 기준 0.84명인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출생아 수)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수영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혼인이 급감하면서 2024년까지는 합계출산율이 추가적으로 더 감소한다”면서 “2024년 기준 0.70명으로 추계된다”고 말했다.인구 감소 속도는 2035년부터 더욱 빨라진다. 2050년에는 인구가 5000만명 아래로 내려간다. 통계청 예상대로라면 49년 후인 2070년이 되면 인구는 3766만명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 수치는 1979년 국내 인구와 유사한 수준이다.
2056년이면 노동자 1명이 노인 1명 부양
문제는 인구 감소가 고령화와 함께 진행된다는 점이다. 일해야 할 젊은 층은 점점 더 줄어드는데 고령층은 계속 늘어난다. 전체 인구를 연령 순서로 나열했을 때 한 가운데 있는 연령을 뜻하는 ‘중위연령’이 급격히 높아진다. 2020년 43.7세인 중위연령은 2070년이면 62.2세가 된다. 이 시기면 중년 기준이 60대로 바뀌는 셈이다.경제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일할 수 있는 나이인 생산가능인구(15~64세) 100명 당 부양해야 할 고령층 수를 뜻하는 ‘총부양비’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38.7명인 총부양비는 2056년이면 100명을 넘어서고 2070년이면 117.0명까지 증가한다. 일하는 사람 1명이 노인 1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시대가 온다. 김 과장은 “세금내는 인구보다 복지로 지출되는 비용들이 지금보다 5배 정도 더 많아진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