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민들 글 쓰고 글 새기고… “우리도 작가, 각수 됐어요”

입력 2021-12-09 15:17 수정 2021-12-09 16:33
9일 전주 자작자작 책 공작소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한 시민작가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에 이들이 펴낸 그림책들이 전시돼 있다. 전주시 제공.

‘톡톡 톡톡’ 어떤 이는 자판에 글을 쓰고, ‘탁탁 탁탁’ 어떤 이는 목판에 글씨를 새겼다. 무더운 여름 새로운 것에 땀을 흘리고 사색의 가을을 보내니 어엿한 작가가 되고 각수(刻手)가 됐다.

전북 전주시민들이 취미 삼아 배운 글쓰기와 판각 강좌를 통해 작품을 완성하고 출판기념회와 전시회를 잇따라 가졌다.

전주시립완산도서관은 9일 자작자작 책 공작소 3층 자작마루에서 시민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지난 5∼9월 16주간 진행된 출판·창작 프로그램 ‘전주는 모두 작가’에 참여한 수강생 18명이 책을 펴낸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수필쓰기반은 8명이 서로의 글을 모은 책 ‘함께 쓰는 기쁨’을 펴냈다. 그림책창작반은 10명이 ‘마술떡(송경자)’ ‘쉿! 비밀이야(최성자)’ ‘파랑시(표혜영) 등 10권의 그림책을 출간했다.

난생 처음 출판이어서 대부분 개인 소장용이지만 ‘쑥쑥쑥(김형미)’과 ‘꽃파리(이희숙)’ ‘하늘에서 뚝 떨어진 오징어(한문숙)’는 판매용으로 발간됐다.

앞서 수필반 수강생들은 김영 전북문인협회장의 지도로 일상의 다양한 주제를 나누며 글을 써왔다. 그림책반은 박예분 전북아동문학회장의 지도로 아이디어 발굴, 주제와 소재 정하기, 스토리보드 만들기, 원화 그리기 등 세세하고 꼼꼼한 작업을 통해 그림책을 만들어왔다.

지난 4월 문을 연 자작자작 책 공작소는 시민 1인 1책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e메일로 만나는 어린이 작가되기’를 비롯 ‘내 손으로 그리는 동화일러스트’ ‘나만의 책 만들기-독립출판물 제작’ ‘1318 청소년이 그리는 일상툰(toon)’ 등 다양한 출판·창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달 26일 전주 완판본문화관에서 개막한 제5회 전통 판각 회원전 '목판에 내린 시 한 조각'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구경하고 있다.

전주 완판본문화관에서는 전통 판각 회원전, ‘목판에 내린 시(詩) 한 조각’이 지난 달 26일부터 열리고 있다.

이번 행사는 대장경문화학교에서 ‘전통 판각 강좌’를 수료한 김혁 회원 등 12기와 13기 회원 20여명이 뭉쳐 준비했다. 회원들은 지난 5∼8월 12주간 수강하고 다시 중급 공부에 공을 들이며 전시회를 위해 좋아하는 시나 글귀를 나무에 칼로 새겼다.

송민호 회원은 논어 학이편에 나오는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을, 이영춘 회원은 자작시 ‘석화(石花)’의 한 구절을 새겼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선 시인인 장창영 회원의 시 ‘나무를 읽다’를 회원들이 한 줄씩 나눠 새겨 공동으로 완성한 작품이 전시장의 중앙에 내걸렸다.

전시회는 내년 1월 23일까지 열린다.

전주는 조선시대 후반 출판문화의 중심지였다. 전주시가 그 서체인 완판본을 보존하기 위해 2011년 완판본문화관을 건립했다. 이후 2013년부터 전통 판각의 맥을 잇기 위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판각 강좌를 해마다 무료로 열도록 지원하고 있다.

2017년부터 문화관을 운영하고 있는 대장경문화학교 안준영 대표는 “시민들과 함께 만드는 완판본 문화를 이어가고자 노력한다”며 “판각 강좌 회원들이 글자 한 획, 한 획에 시간을 더하고 마음을 담은 시 한 조각을 걸어두었으니, 따뜻한 발걸음으로 함께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