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제주 마을공동목장’, 공동대응체 만든다

입력 2021-12-09 15:08 수정 2021-12-09 15:15
서귀포시 하원마을공동목장 전경. 해발 200~600m의 중산간 지대에 자리한 제주도 내 마을공동목장들은 제주 특유의 초원 경관을 형성하는 축이자 생태적 다양성이 함축된 공간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조사에서 하원마을공동목장에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1급인 비바리뱀이 발견되기도 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제주 마을공동목장이 대규모 자본에 하나둘 매각돼 사라지는 가운데 도내 마을공동목장 조합장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공동목장의 위기에 공동 대처해나가기로 했다.

도내 42개 마을공동목장조합 조합장들은 최근 ‘제주도 마을공동목장협의체 재조직 및 동반성장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 연내 협의체 출범에 합의했다. 공동목장이 처한 문제점을 공유하고 제도 개선에 힘을 모아나가기 위해서다.

마을공동목장은 과거 제주의 각 마을 사람들이 소와 말을 함께 방목해 키우던 생업의 터전이었다. 지금은 당시 방목과 화입 등의 인위적인 목축 활동으로 조성된 넓은 초원 지대와 중산간 지대의 지질적 특성을 지닌 생태 공간으로 제주 경관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4·3 등으로 목장조합이 해산되고 1990년대 이후 제주도가 대규모 관광개발사업을 적극 장려하면서 1943년 123개이던 공동목장은 42개로 81개(66%)나 사라졌다.

최근에는 지방세특례제한법상 감면특례 대상에 마을회 등이 빠지면서 지난해부터 막대한 재산세가 부과되는 등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불가피하게 매각을 고민하는 마을이 생겨나고 있다.

토론회를 준비한 송부홍 금당목장조합장은 9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소나 말을 방목해 키우는 것만으로는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재산세가 부과되는 등 마을들이 목장 여건에 따라 각기 다른 어려움에 봉착해있다”며 “목장별 여건을 수합하고 소통하며 공통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연합체 창립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