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세대’의 전쟁 영웅이자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한 명인 밥 돌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헌법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명령합니다. 백악관과 모든 공공건물, 군사기지, 해외 영사관에 국기를 반기(半旗) 게양할 것을 지시합니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지낸 거물 정치인 밥 돌 전 상원의원(98)이 5일(현지시간) 별세하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성실함과 명예에 대한 확고한 분별력이 있는, 미국인이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고 추모했다. 돌 전 의원은 지난 2월 폐암 4기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었다.
돌 전 의원은 미국 보수주의 정치의 거물로, 바이든 대통령과는 종종 의견이 충돌한 정적(政敵)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나 “상원에서 우리는 종종 의견이 달랐지만 중요한 일이 있을 때 그는 저나 다른 민주당원과 함께 일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류 민주주의는 국민을 이류 시민으로 대할 수 없다’는 그의 말을 잊을 수 없다”며 장애인법 개정, 마틴 루서 킹 주니어 연방 공휴일 지정, 사회보장 개혁 등에서의 초당적 노력을 높이 샀다. 뉴욕타임스(NYT)는 “공화당 지도자로서 그는 국내·외 정책 형성에서 타협을 중재하는 일을 도왔다”고 썼다.
돌 전 의원은 의사를 꿈꿨지만 대학생 시절 2차 대전이 발발하자 예비군에 등록했고, 1943년 현역 군인으로 소집됐다. 45년 이탈리아에서 포탄을 맞아 오른팔이 영구 불능이 되는 부상을 당했다. 당시 왼팔도 최소 기능만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이후 정치로 진로를 바꿔 51년 캔자스 주의회 하원의원이 됐고, 61년부터 네 차례 연방 하원의원을 지냈다. 69년부터 96년까지 캔자스주 연방 상원의원을 맡았다. 96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됐지만, 재선 도전에 나선 민주당 클린턴 당시 대통령에게 패했다.
이후 정치에서 은퇴한 뒤 참전 용사와 전몰장병 추모 사업에 열중했다. 97년 대통령이 수여하는 자유의 메달과 2018년 미국 최고 훈장 중 하나인 의회 명예 훈장을 받았다.
돌 전 의원은 2018년 12월 정치적 경쟁자이자 2차 대전 전우였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추모식에 휠체어를 타고 참석, 거동이 불편한 몸으로 거수경례를 해 미국인들에게 감동을 줬다. 돌 전 의원은 88년 공화당 대선 경선 때 부시 전 대통령과 경쟁했었다.
돌 전 의원은 2016년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최근 대선에 대한 불복에는 공개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