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전염성 강한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 상륙에도 봉쇄 대신 백신으로 맞서기로 했다. 오미크론 출현 이후 국경 차단을 비롯해 대규모 봉쇄로 돌아선 유럽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국립보건원(NIH) 연설에서 “(오미크론 대응을 위한) 새 계획은 봉쇄 조치를 포함하지 않는다”며 “대신 백신과 부스터샷(추가 접종) 확대, 코로나 검사 확대 등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새 방역 지침은 백신 부스터샷 접종률을 높이는 데 무게를 뒀다. 지금까지도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을 설득하기보다 기존 접종자에게 추가 접종을 하도록 유도하는 쪽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현재 미국에서 추가 접종을 하지 않은 접종 완료자는 1000만명으로 백신 미접종 성인(4300만명)의 4분의 1 수준이다.
건강취약층인 63세 이상에게는 직접 접촉을 통해 접종을 독려하기로 했다. 대규모 사업장에는 자체적으로 백신 의무화 규정을 도입하도록 계속 요구할 계획이다.
백신 접종을 마치지 않은 학생은 밀접 접촉이 의심되면 등교는 이어가되 마스크를 반드시 쓰고 코로나19 검사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
자가진단 확대를 위해 민간 의료보험이 자가진단 키트 비용을 보전하도록 했다. 학교 요양원 교도소 등 일부 다중이용시설에는 키트를 무료로 보급한다.
다음주부터 미국에 입국하는 모든 여행객은 백신 접종 여부나 국적에 관계없이 출국 24시간 이내에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3일 이내였던 기존 규정을 강화한 것이다.
입국 후 별도 검사나 격리 같은 조치는 보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미국 성인의 백신 접종률은 1%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7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노인층 86%가 접종을 완료했다”며 이전과 면역 기초체력이 다름을 강조했다.
그는 “아직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지 않지만 필요하면 화이자 모더나 등 제약사와 함께 다른 백신이나 부스터 개발을 위한 긴급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내 2번째 오미크론 감염자 발생과 관련해 “어떤 것(대책)도 테이블에서 내려놓지 않았다”며 추가 방역 조치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정부는 무엇이 실행 가능한 것인지 검토 중”이라며 “중요한 건 무엇이 가장 효과적이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전날 캘리포니아에서 첫 오미크론 감염자가 나온 데 이어 이날은 미네소타·콜로라도주에서도 1명씩 확진자가 추가로 확인됐다.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에 거주하는 감염자는 지난달 19∼21일 뉴욕시 재비츠센터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행사 ‘아니메 NYC 2021’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행사는 백신 접종 완료자만 입장이 가능했다.
그 역시 백신 접종을 마친 성인 남성으로 행사 참석 다음날인 22일 경미한 증상을 보여 24일 검사를 받았다. 현재는 증상을 겪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팀 월즈 미네소타주지사는 “이 소식은 우려스럽지만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며 주민에게 실내 마스크 착용과 부스터샷을 권고했다.
콜로라도주 공중보건·환경국은 최근 남아프리카로 여행을 다녀온 성인 여성이 오미크론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 여성도 접종 완료자로 가벼운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현재 자가격리 중이다.
뉴욕은 오미크론이 이미 지역에 전파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리 바셋 뉴욕주 보건국장은 “며칠 안에 (오미크론 감염자가) 발견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뉴욕주와 뉴욕시에서도 발견될 것이라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단지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뉴욕도 연방정부와 마찬가지로 오미크론 때문에 봉쇄 조치를 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회견에서 “우리 주가 이미 겪었던 공황 사태를 다시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학교와 기업 문을 닫는 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감염자가 잇따르는 브라질도 전면 봉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마르셀루 케이로가 보건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미크론 감염자가 늘고 있어 우려스럽지만 아직 전면 봉쇄를 고려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백신 접종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브라질에서는 지난달 30일 상파울루에서 오미크론 감염자가 처음 확인된 데 이어 이날 브라질리아에서 추가 감염자가 나왔다. 리우데자네이루 등 다른 도시에서도 오미크론 감염 의심 사례가 보고돼 확인 중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