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교수 “靑 인식 너무 안일…비상계획 실행해야”

입력 2021-12-02 16:48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보건소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있다. 국민일보DB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이틀 연속 5000명대를 기록하고 국내에서도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확인되는 등 방역 상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지금은 일상 회복 시작하면서 약속했던 비상계획을 실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전날 자신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대해 “월요일에 있었던 특별방역점검회의에 대한 실망 때문에 올린 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재갑 교수 페이스북 갈무리

이 교수는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청와대는 이제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달라. 코로나 초기부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의 보호가 이 정권의 목표가 아니었나? 의료체계에 모든 것을 맡겨 놓으면 환자가 줄지 않을뿐더러 의료진들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손을 내려놓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움직여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월요일에 발표된 내용을 보면 유행상황에 대한 통제에 대한 내용은 다 빠져있었다. ‘추후 논의하겠다.’ 정도만 나와 있다”며 “‘의료 역량만 확충해서 어떻게 버텨보겠다’라는 메시지로밖에 전달이 안 되는 내용들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의 인식 자체가 지금의 위기 상황에 대해서 너무 안일한 게 아니냐, 또는 지금의 위기상황을 그냥 의료 확충에서 어떻든 버텨볼 수 있지 않으냐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 부분이 안타까워서 드린 말씀”이라고 했다.

3일 오전 서울역 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검사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교수는 정부가 당초 단계적 일상 회복을 시작하며 위중증 환자가 폭증하면 비상 계획을 가동할 것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1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5123명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5000명대에 진입했다. 위중증 환자 수는 723명으로 700명대를 처음 돌파했다.

이 교수는 “질병관리청의 위기단계 분석에서 매우 높음 단계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비상계획에 대한 언급이 하나도 없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부분에 대해서 바로 시작해도 늦은 상황인데 아무 언급이 없었던 부분은 합의 자체를 지키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2일 오후 서울역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길게 서있다. 연합뉴스

또 이 교수는 정부가 비상계획의 구체적인 방안조차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쓴소리를 냈다.

그는 “저희가 비상 계획을 세울 때 ‘비상 계획을 가동하게 되면 패키지 형태의 정책 자금들을 반드시 측정하고, 비상 계획과 더불어서 바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또한 일용직 노동자처럼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책이 동시에 시행돼야 한다’는 얘기를 분명히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상계획 자체가 실현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거리두기를 강화할 건지’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안이 지난주까지만 해도 나와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수도권 같은 경우 중환자 입원이 거의 안 되는 상황”이라며 “응급실에 대기하는 환자들도 상당히 많다”고 했다. 이어 “저희도 다음 주에 병상을 4개 더 확충해서 최대한 노력은 해보려고 하는데, 확충되더라도 지금 속도면 확보된 병상들이 다 차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