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8전투비행단 소속 A하사가 B준위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뒤 숙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군사 경찰이 B준위 측에 수사 대응 지침을 안내하는 등 비호한 정황이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군 군사 경찰과 검찰은 유가족을 속이면서 가해자를 돕고 불리한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군사경찰 실황조사서와 증거 감정의뢰 결과 등을 공개했다.
센터 측 설명을 종합하면 B준위는 사건 당일인 지난 5월 11일 숨진 A하사 숙소를 제일 먼저 찾아가 문을 열려고 시도했다. 이후 도착한 C원사와 함께 방범창을 뜯고 숙소에 들어갔다. B준위는 A하사 시신을 발견한 뒤 곧장 경찰이나 119에 신고하지 않고 A하사 소지품을 만지며 집 안을 수색한 정황도 발견됐다.
센터 측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B준위는 “참 큰일이다. 잠깐 거실에 들어갔을 때 내가 종이 몇 개를 만졌다”며 “지문이 남았을 것 같다. (A하사 숙소에) 나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C원사는 “(군사 경찰 수사관이) ‘지금부터는 걔(A하사)를 위해서 한 거라고 얘기하라’고 말했다”고 답했다.
센터는 “군사 경찰이 두 사람에게 책임을 면할 방법을 알려준 정황”이라며 “해당 녹취록은 재판부의 계속된 요청에 지난 공판에 가까스로 제출된 것으로 내용을 확인해보니 군 경찰과, 가해자, 주임원사에게 불리한 내용이었다. 계속 무언가 숨기고 은폐하기 위해 (군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B준위는 조사에서 ‘창문을 모두 연 상태면 사망자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옷 걸린 것밖에 못 봤다”고 말했다고 한다. 센터 측은 “사진으로 집 구조를 볼 때 창문만 열어봐도 내부상황과 A하사의 모습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는데도 가해자가 무리하게 진입했고, 현장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군사경찰이 소지품 및 차량 점검 등을 실시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A하사 숙소에 있는 세탁물 건조대에 스프링 노트가 그대로 놓여 있었고, 최근 구매한 노트북이 사라지고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는데 최초 발견자에 대한 신체 수색을 하지 않았고, 유족에게는 ‘유서를 남기지 않고 자살하는 경우도 많다’는 식으로 설명하고 넘어갔다는 것이다.
유족 측은 B준위를 사전 침입 혐의로 추가 고소할 예정이다. 또 사건을 맡았던 8비행단 군사경찰 수사관에 대한 고소도 검토하고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