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살인미수’ 부실 대응에 인천경찰청장 사퇴

입력 2021-12-01 16:41
송민헌 인천경찰청장.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송민헌 인천경찰청장이 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이른바 ‘층간소음 살인미수’ 사건 당시 경찰관들의 부실 대응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

송 청장은 1일 입장문을 통해 “지난 인천 논현경찰서의 부실 대응에 총괄 책임을 지고 인천경찰청장 직에서 물러남과 동시에 경찰을 퇴직한다”며 “이번 사건의 피해자분들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 아직 병상에 계신 피해자분의 조속한 회복을 기원한다”고 사과의 말을 전했다.

송 청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민 안전을 지키는 경찰의 책무가 얼마나 무겁고 엄중한 지 깊이 새겨주기 바란다”면서 “환골탈태의 자세와 특단의 각오로 위급 상황에 처한 시민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해 달라”고 경찰 조직에 당부했다.

이어 송 청장은 “위축된 공권력의 장기화로 자칫 정당하고 적극적인 법 집행까지 영향을 받을까 우려된다”며 “시민의 당연한 분노와 비난은 감내해야 할 상황이지만 열심히 직무를 수행하는 우리 인천 경찰에게 따뜻한 격려를 보내주신다면 심기일전해서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송 청장은 인천자치경찰위원회와 인사 협의 등 후임 청장 인선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청장 직무를 수행한다.

경북 칠곡 출신인 송 청장은 고려대 행정학과와 한양대 대학원 법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9기에 합격한 뒤 1999년 경찰에 입문했다. 경북 칠곡경찰서장, 주시카고총영사관 경찰영사, 서울 은평경찰서장, 대구경찰청 제2부장, 경찰청 정보국 정보심의관, 경찰청 기획조정관, 대구경찰청장, 경찰청 차장을 거쳐 지난 7월 9일 인천경찰청장에 임명됐다.

지난달 15일 오후 5시 5분쯤 인천시 남동구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인천 논현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A 전 순경과 B 전 경위가 출동했지만 부실한 대응으로 논란이 일었다.

이들은 4층 주민 C씨(48)가 흉기를 휘두르는 모습을 보고도 현장을 이탈하거나 곧바로 제지하지 않는 등 부실하게 대응한 사실이 드러나 최근 해임됐다.

빌라 3층 주민인 40대 여성 D씨는 C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 부위를 찔려 의식을 잃었고 뇌경색으로 수술을 받았고, 그의 남편과 딸도 얼굴과 손 등을 다쳤다.

당시 경찰관들의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던 사이 D씨의 딸이 C씨의 손을 잡고 대치했고, 빌라 밖에 있다가 비명을 들은 D씨의 남편이 황급히 3층에 올라가 몸싸움을 벌인 끝에 C씨를 제압했다.

C씨는 2~3개월 전 이 빌라로 이사를 왔으며 D씨 가족과 층간 소음으로 갈등을 빚었다.

인천경찰청은 A 전 순경과 B 전 경위를 비롯해 이상길 전 논현서장과 모 지구대장 등 모두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인천=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