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설공단이 내년 1월 ‘중대재해 등에 관한 처벌법(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현장 근로자에게 ‘위험작업거부권(작업거부권)’을 전면 보장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현재 일부 민간기업 중에서만 이를 도입하고 있는 와중에 공공기관 중에서 작업거부권 제도를 마련한 건 서울시설공단이 최초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등에서 보장하고 있는 ‘위험작업중지권’은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만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같은 판단기준이 불분명하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작업거부권은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해 안전시설 미비나 개인 신체질환, 예정된 인력 규모의 미배치 등 근로자 스스로가 산업재해 위험을 인지하면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작업거부권 제도 도입으로 서울시설공단 근로자는 시설 점검이나 보수·정비 작업시 위험하거나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하던 일을 중단할 수 있게 된다. 작업거부권을 행사한다고 해서 근로자에게 불이익은 없다.
작업거부권 행사 즉시 해당 작업은 중단된다. 이후 하루 안에 작업거부권 행사가 정당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해당 부서에서 1차로 심의한 후 부당한 거부라고 판단되면 즉시 재개토록 결정할 수도 있다.
판단이 곤란한 경우에는 노사가 참여하는 2차 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최종적으로 정당한 거부권 행사로 결정 나면 안전시설 설치, 인력 추가배치 등 필요한 안전보건 조치를 이행한 후 작업이 재개된다. 공단은 작업거부권의 구체적인 세부 기준과 절차는 노사 간 협의를 거쳐 내부 운영 방침으로 마련해놓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설공단은 우선 서울어린이대공원, 지하도상가 등 공단이 운영하는 24개 사업장 소속 직원부터 작업거부권 제도를 즉시 시행한다. 또 추후 제도 보완‧개선을 거쳐 발주하는 하도급사 도급 현장까지도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공단은 근로자가 스스로 인지하고 능동적으로 거부권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제도의 핵심인 만큼 홍보와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다만 작업거부권은 풍수해 등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경우에는 즉시 사용이 어려울 수도 있다. 공단은 향후 거부권 사용 사례를 축적해 특수한 상황의 판단 기준으로 삼을 계획이다.
조성일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은 “지금까지 존재한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작업거부권 전면 보장으로 사전에 미처 예측하지 못한 변동 위험까지도 실시간으로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본적으로 거부권을 인정하되, 풍수해나 제설 등 직원과 시민의 안전이 상충될 때는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