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번식한다고?…세계 최초 ‘살아있는 로봇’ 제노봇 자가복제 가능

입력 2021-11-30 16:49
제노봇들이 배양접시 위를 돌아다니며 흩어진 세포를 끌어모으는 모습. CNN 영상 캡처

개구리 세포로 만든 생체로봇 ‘제노봇’(Xenobot)이 주변 다른 세포를 끌어모아 ‘새끼 제노봇’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노봇을 개발한 미국 연구진은 “과학계에 알려진 어떤 동물이나 식물과도 다른,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생물학적 번식을 발견했다”고 말했다고 CNN방송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1월 공개된 제노봇은 아프리카발톱개구리(Xenopus laevis) 배아에서 줄기세포 3000개를 긁어내 배양하는 방식으로 만든 ‘최초의 살아있는 로봇’이다. 섬모로 덮인 C자 모양에 지름 1㎜ 미만으로 인체 내부를 이동할 수 있을 만큼 작다. 음식 섭취 없이 몇 주 동안 생존하고 자가 치유도 가능하다.

논문 주저자인 조슈아 본가드 미 버몬트대 컴퓨터과학 교수는 공개 당시 “이것은 새로운 살아있는 기계”라며 “그들은 전통적 로봇도 아니고, 기조에 알려진 동물 종도 아니라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유기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연구진은 제노봇이 주변 단세포를 흡수해 자가 복제를 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 제노봇은 배양접시를 돌아다니며 흩어진 줄기세포 수백개를 흡수해 닷새 만에 새로운 제노봇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공동저자인 마이클 레빈 미 터프츠대학 생물학 교수는 “개구리는 그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번식 방법을 갖고 있지만 배아에서 세포를 해방시켜 새로운 환경에 생존하는 방법을 알아낼 기회를 제공하자 새로운 이동 방법은 물론 분명히 새로운 번식 방법까지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본가드 교수는 “대부분은 로봇을 금속이나 세라믹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하지만 ‘무엇으로 만들어졌느냐’보다 인간을 대신해 어떤 일을 하느냐’가 로봇을 규정한다”며 “그런 점에서 제노봇은 로봇이지만 유전자 조작이 이뤄지지 않은 개구리 세포로 만든 분명한 생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제노봇은 1940년대 컴퓨터에 비유할 수 있는 초기 기술로 아직 실용적인 응용 분야가 없다. 연구진은 분자생물학과 인공지능을 결합하면 바다 속 미세플라스틱 수거, 재생의학 등 인체와 환경에 관한 여러 작업에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