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작아서 보기 힘든’ 수어통역 화면 바꾼다

입력 2021-11-30 13:16 수정 2021-12-01 11:25

사진 위는 현재 수어통역 화면. 우측 하단에 작게 송출돼 청각장애인들이 수어 동작을 인식하기 어렵다. 사진 아래는 수어통역사의 피사체만 따 화면에 합성한 크로마키 기술이 적용된 화면. 크로마키 방식이 가시성이 더 뛰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제주도가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공적 수어통역 매뉴얼을 발간했다. 효율적인 수어통역 화면을 전송하기 위한 스튜디오 설립과 도정 정책을 수화로 안내하는 온라인 방송 개설도 추진한다.

도는 청각 장애인들의 도정 정책정보 소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적 수어통역 매뉴얼을 발간해 1일부터 도내 공공기관 65곳에 순차적으로 배포한다고 30일 밝혔다.

50쪽 분량의 매뉴얼에는 수어통역사의 행사장 내 위치와 동선, 보조·필요 장비 등 기본 사항과 수어통역 신청 부서와 촬영자가 협조해야 하는 실무 사항이 담겼다. 실시간 브리핑, 녹화 촬영, 외부 행사 등 상황 별 준비 사항과 촬영 방법, 수어통역 화면 비율·위치 등도 정리됐다.

현행 장애인 관련 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행사를 주최하는 경우 장애인의 참여와 원활한 의사소통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통역 수단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는 지난 3월 제주도 전담 수어통역사를 임용해 도정 주요 브리핑에 동시 수어통역을 시작했다.

이번에 발간한 공적 수어통역 매뉴얼은 1일부터 도내 공공기관과 도 출자·출연기관 65곳에 배포해 각 기관의 수어통역 활용 확대를 도모하게 된다.

도는 효율적인 수어통역 화면을 전송하기 위한 스튜디오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우측 하단에 동그란 형태로 송출되는 수어통역 화면을 배경없이 통역사의 모습만 확대해 화면에 합성하는 크로마키 방식으로 내보내기 위한 공간이다. 크로마키 방식을 도입하면 통역사의 수어 동작을 더 잘 볼 수 있게 된다.

더불어 도는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 도정 정책을 수화로 안내하는 전담 온라인 방송도 개설한다. 도는 일반인 수어통역사의 수어를 보고 청각장애인 통역사가 자신들의 언어로 내용을 재전달하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

고경호 공보관은 “청각장애인들에게 수어통역은 인권과 알 권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도는 도정 정보가 청각장애인들에게 효율적이고 풍성한 언어로 전달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공적 수어통역은 공공기관에서 청각장애인들에게 제공하는 수어통역을 뜻한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