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호남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이틀째인 27일 전남을 찾아 ‘어르신 마음 잡기’에 나섰다.
이 후보는 어르신들의 사소한 말장난에 호응해주며 받아주는가 하면, 지지를 요청할 땐 연신 몸을 낮추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 후보는 이날 전남 장흥군 토요시장과 강진군 안풍 마을회관을 찾았다. 전남은 전체 도민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를 훌쩍 넘는 초고령사회다. 이 후보를 보기 위해 전통시장과 마을회관에 몰린 도민 대다수도 60대 이상의 노년층이었다.
현장에선 이 후보가 젊은 층을 만났던 때와 달리 후보의 연설 도중에 말을 거들려고 하거나 장난을 치려 하는 어르신 특유의 ‘훈수’들이 이어졌다.
이 후보가 장흥 토요시장에서 “‘3실(실력·실천·실적) 후보(이재명)가 3무(무지·무능·무당) 후보(윤석열)보다 앞에 갈 수 있게 해주십시오”라며 목소리를 높이자 한 노인이 “걱정하지 마십시오, 백프로, 백프로”라고 말을 가로챘다.
그랬더니 전혀 당황하지 않고 “백 퍼센트?” 하며 여유 있게 웃었다. 그러더니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한 후 끊겼던 연설을 이어갔다.
강진군 안풍마을회관에서 가진 ‘강진 농민들과 함께하는 국민반상회’에선 쌀 과잉 생산 문제를 두고 어르신과 농담을 주고받았다.
이 후보가 자신의 공약인 ‘쌀시장 격리제’에 반대하고 있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 “당은 제 페이스대로 많이 바뀌었는데 기재부는 죽어도 안 잡힌다”고 지적할 때 한 지지자가 후보의 말을 끊고 “맴매를 좀 해야 해”라고 외쳤다.
그러자 이 후보는 “아 맴매?”라고 되물으며 웃었다. 다른 지지자가 “두드려 패야 해”라고 말을 더하자, 이 후보는 “두드려 패는 건 안 되고요”라며 농을 쳤다.
간담회에 참여한 한 60대 남성이 계속 발언하자 이 후보는 남성의 손을 잡고 “선생님 말씀 너무 많이 하셨어, 좀 참아주세요”라고 능숙하게 현장을 정리했다.
이 후보는 ‘같은 용띠’라고 말을 건 주민에게는 “맞먹으려 하지 마라, 나는 토끼띠다”라며 “약간 썰렁한 아재개그를 해봤다”고 장난치기도 했다. 호적상 출생년도가 1964년생인 이 후보는 용띠이지만, 실제 생년은 1963년이라 실제로는 토끼띠라고 한다.
이 후보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주도하며 어르신들과의 반상회를 이끌어갔다. 처음에는 긴장한 모습을 보였던 주민들도 이 후보의 농담과 허물없는 발언에 편안해 했다.
간담회가 마무리될 때쯤엔 한 할머니가 청중석에서 나와 이 후보의 등을 두드리고 귓속말을 하기도 했다.
이 후보가 노년층을 대할 때 전혀 어려워하지 않는 건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치며 현장에서 쌓은 소통 능력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4일 이 후보가 민주당 쇄신 문제를 언급하며 ‘사죄의 절’을 한 것도 특히 어르신들의 마음을 돌리는데 한 몫 크게 했다는 분석이 민주당 안팎에서 나온다.
한 민주당 호남 의원은 “사죄의 절과 같은 퍼포먼스는 기초자치단체장을 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경로당에 가면 어르신들은 논리적으로 말하는 것보다 절 한 번 올리고 농담 한마디 받아주는 걸 더 좋아한다. 겸손하고 예의 있어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여의도 정치인’들은 보통 세련된 이미지를 추구해 즉각적으로 시민의 농담을 받아치거나 하는 걸 삼가는 경우가 많다”며 “확실히 많은 시민을 현장에서 만나 온 후보가 감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장흥·강진=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