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 딸 두고 6·25 참전한 아빠…70여년만에 가족품으로

입력 2021-11-27 00:07
180번째 신원확인 고 임호대 일병 발굴·수습 현장. 국방부 제공.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이 2010년 5월 강원도 화천에서 발굴한 한국전쟁(6·25전쟁) 전사자 유해 신원을 확인했다.

26일 국방부에 따르면 2010년 강원도 화천에서 발굴한 유해 4구 가운데 1구의 신원이 故 임호대 일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월 유해 중 1구가 고(故) 정창수 일병의 것으로 확인된 데 이어 추가로 신원이 파악된 것이다.

임 일병의 유해는 강원 화천 서오지리에서 집단 유해가 혼재된 상태로 발굴됐다. 이후 국유단이 임 일병과 유가족 전체의 유전자 정보를 확인·대조하던 중, 2009년 시료를 채취한 임 일병의 딸 형덕씨와 친자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로써 임 일병은 180번째 6·25 전사자 신원확인자가 됐다.

임 일병은 국군 제6사단 소속으로 6·25전쟁에 참전, 춘천·화천 진격전(1950.10.4∼10.8.)에서 치열한 전투 중 강원 화천 서오지리 279고지에서 전사했다. 춘천-화천 진격전은 중부지역의 38도선 돌파 및 진격작전으로 국군이 낙동강 방어선인 영천에서부터 춘천-화천을 거쳐 북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전투다.

180번째 신원확인 고 임호대 일병 발굴유품. 국방부 제공.

2010년 이 지역의 전사 기록을 바탕으로 유해 발굴이 시작됐고 고인의 쇄골, 상완골, 요골 등을 포함한 부분의 유해를 찾을 수 있었다. 수류탄 고리, 칫솔 등의 유품도 함께 발굴됐다.

임 일병은 1924년 3월 14일 경남 김해군 주촌면 일대에서 장남으로 태어나 26살에 결혼했다. 임 일병은 태어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딸을 둔 채 6·25전쟁에 참전했고 70여 년이 지난 후에야 유해로 돌아왔다.

임 일병의 딸 형덕(72)씨는 “아버지의 위패가 현충원에 모셔져 있다는 자체로 체념하고 살았는데 유해를 찾았다고 하니 꿈에도 생각 못 했던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 너무 감사드린다”라는 말을 남겼다.

국유단은 유가족과 협의를 거쳐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한 가운데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를 거행하고, 이후 국립묘지에 안장할 예정이다.

2004년 군 당국의 6·25 전사자 유해 발굴사업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총 180명의 전사자 신원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올해에만 23명의 신원이 파악됐다.

국유단은 “최근에 발굴된 전사자 유해를 비롯해 과거 발굴한 유해와 유가족 유전자 시료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지속적으로 재분석하며 신원확인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제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