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구조상 문제를 짚으며 여군부대 분리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성별격차를 줄이기 위해 1990년대 이전처럼 여군을 남군과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하자는 일각의 주장을 언급한 것이다.
이 후보는 25일 서울 동작구의 한 문화공간에서 예비역 여성 군인들과 ‘군대 내 성폭력 OUT, 인권 IN’이라는 주제의 간담회에 참석해 “별로 동의는 하지 않지만 의견을 여쭙고 싶다”며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회피하자며 (여군부대를) 분리하자는 제안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한 참석자는 “여군의 역사는 분리에서 통합으로 가는 역사이고 남성과 동일하게 전방에 가기 위한 투쟁의 역사”라며 “이걸 다시 여군으로 분리하자는 건 회피가 아니라 과거로의 퇴행”이라고 반대의견을 냈다.
답을 들은 이 후보는 “좋은 의견 감사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자리에서 그는 “군 인권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해 민간 영역에서 언제든 제한 없이 병영 내 인권 상황을 (감시하도록)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도 많이 하는데, 저도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갇혀 있으므로 생기는 문제이기 때문에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군대 내 성폭력 문제를 ‘아군에 의한 아군의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이 후보는 “누군가 ‘여군에게 부대는 전쟁터’라고 얘기한 것처럼, 군대 내 성폭력 문제는 인권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가안보 문제까지 고려해야 할 중대 사안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일 큰 원인은 발각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3분의 1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다는 통계도 있고, 발각돼도 2차 가해를 통해 은폐되거나 축소되는 일도 자주 발생하고 엄중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도 매우 적어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 후보는 강력한 처벌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반드시 발각돼 엄중한 처벌로 내 인생 자체가 다르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피해자 보호조치를 포함해 엄정한 조사와 단죄가 가능하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한 예비역 여군들은 군대 내에 전담조사반, 양성평등센터 등 성폭력 문제를 해결할 제도는 갖춰져 있으나 권한 부족이나 군대 내 카르텔 구조, 조직문화 등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 후보는 “제도가 부족하거나 방법이 없어서 못 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의지의 문제”라며 “작은 규모의 행정조직을 운영하는데 권한이 부족해 못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폐쇄성 극복과 관련해 그는 “요즘 군 내 보안 문제를 자꾸 얘기하는데 이미 동영상 촬영과 송신이 가능한 휴대전화를 다 가지고 있는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결국 고집에 가까운 것이라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