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남군 분리론’ 물은 이재명 “제안 꽤 많이 받아"

입력 2021-11-25 14:53 수정 2021-11-25 15: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서울 동작구 복합문화공간 숨에서 열린 '군대 내 성폭력 OUT, 인권 IN' 여성군인들과 간담회에서 발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구조상 문제를 짚으며 여군부대 분리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성별격차를 줄이기 위해 1990년대 이전처럼 여군을 남군과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하자는 일각의 주장을 언급한 것이다.

이 후보는 25일 서울 동작구의 한 문화공간에서 예비역 여성 군인들과 ‘군대 내 성폭력 OUT, 인권 IN’이라는 주제의 간담회에 참석해 “별로 동의는 하지 않지만 의견을 여쭙고 싶다”며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회피하자며 (여군부대를) 분리하자는 제안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한 참석자는 “여군의 역사는 분리에서 통합으로 가는 역사이고 남성과 동일하게 전방에 가기 위한 투쟁의 역사”라며 “이걸 다시 여군으로 분리하자는 건 회피가 아니라 과거로의 퇴행”이라고 반대의견을 냈다.

답을 들은 이 후보는 “좋은 의견 감사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자리에서 그는 “군 인권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해 민간 영역에서 언제든 제한 없이 병영 내 인권 상황을 (감시하도록)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도 많이 하는데, 저도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갇혀 있으므로 생기는 문제이기 때문에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군대 내 성폭력 문제를 ‘아군에 의한 아군의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이 후보는 “누군가 ‘여군에게 부대는 전쟁터’라고 얘기한 것처럼, 군대 내 성폭력 문제는 인권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가안보 문제까지 고려해야 할 중대 사안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일 큰 원인은 발각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3분의 1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다는 통계도 있고, 발각돼도 2차 가해를 통해 은폐되거나 축소되는 일도 자주 발생하고 엄중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도 매우 적어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서울 동작구 복합문화공간 숨에서 열린 '군대 내 성폭력 OUT, 인권 IN' 여성군인들과 간담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는 강력한 처벌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반드시 발각돼 엄중한 처벌로 내 인생 자체가 다르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피해자 보호조치를 포함해 엄정한 조사와 단죄가 가능하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한 예비역 여군들은 군대 내에 전담조사반, 양성평등센터 등 성폭력 문제를 해결할 제도는 갖춰져 있으나 권한 부족이나 군대 내 카르텔 구조, 조직문화 등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 후보는 “제도가 부족하거나 방법이 없어서 못 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의지의 문제”라며 “작은 규모의 행정조직을 운영하는데 권한이 부족해 못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폐쇄성 극복과 관련해 그는 “요즘 군 내 보안 문제를 자꾸 얘기하는데 이미 동영상 촬영과 송신이 가능한 휴대전화를 다 가지고 있는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결국 고집에 가까운 것이라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