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저가 공세 우려…철도산업 ‘종심제’ 도입 시급

입력 2021-11-25 14:34
뉴시스

철도차량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입찰 과정에서 종합심사평가낙찰제(종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가나 공공기관이 공공조달 형태로 발주한 철도차량 사업에서 차량 제조업체를 선정할 때 단순히 가격뿐만 아니라 성능과 풀질, 사업 수행능력, 사회적 책임 등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한국행정학회 포용사회연구회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가 및 지방계약법에 따른 철도차량 입찰제도 개선 모색’ 정책 세미나를 열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의 개회사로 시작된 이번 세미나에선 철도차량 산업 관련 정부 관계자와 학계 민간 전문위원 등 8명의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사실상 최저가 낙찰제로 불리는 현행 ‘2단계 입찰제도’의 문제점, 종심제 도입을 위한 제도 정비 방안 등을 두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1단계에서 제조업체의 기술수준, 생산능력 등 가격 외 부문을 ‘Pass or Fail’ 방식으로 평가하고 2단계에서 가격만 평가해 최종 낙찰자를 선정하는 현행 입찰제도는 큰 문제점 중 하나로 거론됐다. 1단계를 통과할 수준의 기술과 생산능력만 갖추면 2단계에선 낮은 가격만으로 입찰 승산이 커져 향후 중국의 저가 부품 공세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안병화 한국지방재정공제회 계약사업실장은 “2단계 입찰 방식은 서류와 문서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1단계에서 해당 업체의 전문성이나 제안내용 실행 능력을 검증하기 어렵다”며 “최저가 입찰 경쟁으로 인해 철도차량 시장의 건전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차량 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선 기술력 중심으로 입찰 참가 자격을 부여하고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수주 단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저가 수주가 순익 감소와 연구개발 부진,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끊으려면 입찰 단계에서 실적, 설비, 인력 등 종합적인 기술력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상훈 한국조달연구원 연구실장은 “국내 철도차량 산업에서 차량은 독과점, 부품은 영세업체 중심으로 공급되는 구조적 특수성 때문에 자생적 발전이 어렵다”며 “종심제 도입까지는 약 3년 내외의 기간이 소요된다. 유관 부처를 중심으로 한 산관학연 태스크포스(TF)가 조속히 구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지방정부의 일관성 있는 법 규정도 개선 과제로 꼽혔다. 종심제는 현행 지방계약법 시행령상 철도차량 산업에 적용될 수 있지만 국가계약법 시행령에는 철도차량 자체가 물품으로 취급돼 도입할 근거가 부족한 상태다.

발제자인 박종혁 한양대 갈등문제연구소 전문위원은 “철도차량은 회계기준으로 ‘건설업회계’로 준용하여 처리 중으로 형태상 공공부문의 건설공사와 동일한 성격을 지닌다”며 “철도차량도 최저가 폐해 방지를 위해 300억원 이상의 대형공사에 적용되는 종심제의 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