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미성년 리얼돌 수입 막았다…“성인식 왜곡 우려”

입력 2021-11-25 10:31 수정 2021-11-25 13:21
판매 중인 리얼돌 제품들. 사진 속 리얼돌들은 소송 대상이 된 리얼돌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뉴시스

대법원이 미성년 여성의 신체 외관을 본뜬 리얼돌의 수입은 막아야 한다는 첫 판단을 내놨다. 앞서 성인 여성 리얼돌의 통관은 허용했던 것과는 다른 판단이다. 대법원은 미성년 형상 리얼돌은 아동에 대한 잠재적 성범죄의 위험을 증대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5일 리얼돌 수입업자 A씨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수입 통관 보류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A씨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9년 9월 중국 업체로부터 리얼돌 1개를 수입하겠다고 신고했다. 인천세관으로부터 통관 보류 처분을 받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인형은 머리를 제외한 크기는 약 150㎝, 무게는 17.4㎏이었다. 얼굴 부분은 앳돼 미성년 여성을 연상케 했다.

A씨 측은 소송에서 리얼돌은 사람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으며 이런 남성용 자위기구가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이미 나온 바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리얼돌 수입업자들과 관세 당국은 리얼돌 통관을 놓고 여러 차례 법적 다툼을 벌였다. 관세 당국은 통관에 제동을 걸어왔지만 대법원은 지난 2019년 수입 리얼돌은 음란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음란물이 아닌 성기구라면 통관을 막은 조치는 부당하다는 취지다.

이번 사건의 1심과 2심도 마찬가지였다. 원심 재판부는 해당 리얼돌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으로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는 원심과 다른 판단을 내놨다. A씨 측은 리얼돌이 성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리얼돌의 형상과 재질, 기능 등을 따진 후 미성년 여성으로 보인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은 “물품의 전체 길이와 무게가 16세 여성의 평균 신장과 체중에 현저히 미달하고 여성의 성기 외관을 사실적으로 모사하면서도 음모의 표현이 없는 등 미성숙한 모습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어 이런 리얼돌을 예정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고 폭력적이거나 일방적인 성관계도 허용된다는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동에 대한 잠재적인 성범죄의 위험을 증대시킬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또 물품 그 자체가 성행위를 표현하지는 않더라도 직접 성행위의 대상으로 사용되는 실물이라는 점에서 필름 등 영상 형태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과 비교해 그 위험성과 폐해를 낮게 평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이 이런 판단을 내놓으면서 향후 리얼돌 통관 관련 소송에서는 리얼돌이 미성년 모양인지 성인 모양인지가 첨예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대법원은 리얼돌이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신체 외관을 했는지 여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