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일신방직 개발 밑그림…광주 마지막 노른자위 땅

입력 2021-11-25 10:20

광주 도심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꼽히는 전방(옛 전남방직), 일신방직 공장부지 개발사업이 구체화할지 시선이 쏠린다. 그동안 논란이 된 사업부지 내 근대문화유산 보전방안에 대한 윤곽이 드러났다.

광주시는 “전방·일신방직 대표이사에게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대상자 선정을 위한 개발계획(안)’ 검토 신청서를 공문 발송했다”고 25일 밝혔다. 신·구 도심의 균형발전과 효율적 도시 재생을 위한 사전 협상 첫 절차다.

이에 따라 전방·일신방직은 시가 ‘협상조건’을 담아 보낸 검토 신청서를 토대로 수용 여부를 12월 24일(30일 이내)까지 회신하게 된다.

시는 일제 수탈과 산업화 과정에 얽힌 유·무형의 근대문화유산을 최대한 보존하고 개발이익의 절반 이상을 공공기여금으로 기부받는 등 ‘공공성’을 살려 개발사업이 추진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개발사업의 핵심 관건인 개발사업 부지 내 근대 건축물의 원형보존 범위를 통보했다.

시는 해방 이전인 1930년대 방직공장 부설시설로 세워진 철골 구조의 화력발전소와 저수조, 망루 등은 ‘원위치 원형보존’을 협상 조건으로 내걸었다. 6·25 한국전쟁의 와중에도 훼손되지 않은 건축학적 가치를 살려 원형 그대로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계획상으로는 공원·녹지로 지정해 보존되도록 했다.

해방 이후 건립된 생산·저장·생활·관리 건축물 등 나머지 27개 시설은 역사적·문화적 가치 평가를 거쳐 활용가치가 높은 곳만 원위치 또는 이전 보전하자고 제안했다.

개발사업 주체가 공간 활용도와 수익성을 높일 수 있도록 허용한 셈이다. 시는 공공성과 사업성이 조화를 이루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방·일신방직은 부동산 개발업체와 협의를 거쳐 수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전방·일신방직이 도시계획변경 권한을 가진 시의 협상 조건을 받아들이고 세부 개발계획(안)을 작성해 광주시에 제출하면 본 협상이 이어진다.

토지·보상물 감정평가와 지구 단위 도시계획 변경 입안·결정절차 등에 필요한 일정을 고려하면 원만한 협상이 이뤄지더라도 2024년 이후나 본격적인 개발사업이 가능할 전망이다.

광주 임동 전방·일신방직 공장은 대표적 근대문화유산이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방직기업으로 1935년 일본인들이 목화 등을 착취하기 위해 설립한 방직공장 ‘가네보’가 모태다.

1945년 해방 직후 정부 소유 전남방직 공사에서 1953년 전방㈜로 민영화돼 1968년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산업화 시절 수많은 여공의 애환이 서린 전방은 1961년 전방과 일신방직으로 분할됐다.

이중 전방 임동공장은 섬유 수요 감소와 값싼 중국산 제품에 밀려 창업 83년 만인 2017년 말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인건비 부담이 높은 노동집약형 업종이라는 특성과 국내 섬유산업의 전반적 쇠락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요양병원과 자동차 중고매매센터 등이 이곳에서 영업 중이다.

전방·일신방직은 지난해 7월 전방 부지 16만1983㎥은 3660억 1400만원, 일신방직 부지 14만2148㎡은 3189억 8600만원에 부동산 개발업체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부지에 눈독을 들여온 개발업체는 공장용지에서 상업·주거 용지로 해당 부지를 용도변경해 아파트를 포함한 주상복합건물, 호텔, 쇼핑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인근 임동 주민들은 전방·일신방직 부지에서 발생하는 먼지·소음, 석면가루 등이 주거환경을 해치는 데다 도심 개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2018년 10월 4238명이 서명한 공장이전 청원서를 시에 제출하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특혜 시비를 막기 위해 최소한 땅값 상승액 절반 이상이 공공 목적으로 사용되도록 할 것”이라며 “ ‘제2의 대장동’이라는 의혹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