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육아휴직 비율 10년만에 12배…“하한액 더 올려야”

입력 2021-11-25 09:53 수정 2021-11-25 09:54

2010년 2.0%→2020년 24.5%

최근 10년 동안의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의 변화를 보여주는 고용노동부의 ‘출산 및 육아휴직 현황’ 자료 수치다. 같은 기간 여성 육아휴직자 비율은 98.0%에서 75.5%로 감소했다. 남성도 육아휴직을 쓰는데 크게 거리낌이 없는 시대가 되어간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다.

남성의 연도별 육아휴직자 비율은 특히 육아휴직급여의 보장성이 강화된 시기에 맞춰 급등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서는 육아휴직으로 인해 입는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득대체율을 점차 더 높여가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25일 국회입법조사처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의 조건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의 육아유직 참여율은 최근 10년 동안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0년 이용자의 98%가 여성이었지만 지난해 여성 비중은 75.5%로 줄었다. 남성 사용자는 2010년 2.0%에서 2020년 24.5%로 증가했다.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수를 기준으로 고용보험 통계를 통해 산출해낸 수치다.

육아휴직 사용자 수도 크게 늘었다. 남녀 합산 전체 인원은 2010년 4만1733명에서 2020년 11만2040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성은 4만914명에서 8만4617명으로 2배 정도 늘었다. 남성은 819명에서 2만7423명으로 30배 넘게 증가했다.

육아휴직 제도의 적용 대상은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다. 근로자당 1년의 기간이 부여되고, 부부가 자녀당 총 2년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지난해 2월부터는 부부 동시 사용도 가능해졌다.

보고서는 육아휴직 제도의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 추이를 보면 2013년 3.3%에서 2014년 4.5%로 1.2%포인트 도약한다. 이전까지는 0.4~0.5%포인트 증가하는 수준이었다. 당시는 ‘아빠의 달’이 도입된 해였다. 두 번째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성의 첫달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상한 150만 원)로 늘리는 제도다.

고용노동부에서 고용보험 DB자료를 통해 산출한 연도별 육아휴직 사용자 수. 여기서 육아휴직 사용자 수는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수를 의미한다. 국회입법조사처 '남성 육아휴직 사용의 조건과 과제' 보고서 캡처

남성 사용자가 전년 대비 4.9%포인트로 크게 늘어난 2017년은 둘째 자녀에 대한 두 번째 육아휴직 사용 시 급여 상한액이 200만원으로 상향된 해였다. 전년 대비 4.4%포인트 증가한 2018년은 육아휴직 보너스제 상한액이 250만원으로 인상된 해였다. 보고서는 “이러한 추세는 남성육아휴직 사용에 있어 소득대체율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남성과 여성의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비율이 거의 비슷한 스웨덴 사례도 언급했다. 스웨덴은 스웨덴은 2019년 기준 육아휴직급여 수급자의 54%가 여성이고 46%가 남성으로 사용률 격차가 8%포인트 수준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자녀 1명당 총 480일의 육아휴직이 부여된다.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 받을 수 있는 기간을 1인당 총 240일로 제한해 부모 모두가 제도를 활용할 때 가장 큰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소득 대체율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195일의 기간 동안 소득의 77.6%를 보전해준다. 상한액은 한화로 약 6696만원, 하루 약 34만원이다. 단체협약 등에 따른 임금보전을 더하면 소득대체율은 90% 수준이다.

보고서는 “스웨덴 등은 우리에 비해 소득불평등 지수가 낮아 소득대체율 수준을 단순 적용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면서도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을 고려하면서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율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상한액뿐만 아니라 하한액을 큰 폭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내년 기준 육아휴직급여는 12개월 전 기간을 합산해 통상임금의 80% 수준이고, 상한액은 150만원 하한액은 70만원이다. 소득 구간별로 구분해보면 하한액 설정으로 인해 소득 1분위는 급여보다 더 많은 육아휴직급여를 수령하지만 급여의 상한액이 높지 않아 소득이 높을수록 육아휴직으로 인한 소득 감소율도 커진다.

2022년 육아휴직기간 동안 통상임금의 80%를 지급하는 경우, 연 근로소득 3분위 이상인 근로자의 육아휴직 급여는 연 1800만 원으로 같다. 이로 인해 연소득 3분위에 속하는 경우, 육아휴직으로 인한 급여 손실은 연 998만원, 4분위 근로자의 경우 3007만원, 5분위 근로자는 7883만원의 소득 손실이 발생한다.

보고서는 “남성들의 육아휴직 참여가 높은 국가의 특징은 육아휴직급여 소득대체율이 높다는 것”이라며 “이들 국가의 소득대체율은 80~100%에서 형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육아휴직 사용이 초래하는 소득 손실이 전체 가정 경제에 큰 타격으로 다가오는 저소득층 근로자일수록 자녀 돌봄에 대한 대안 마련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육아휴직급여 하한액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율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보고서는 “여성과 남성 모두의 공평하고 평등한 육아휴직 참여는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 및 경제활동 참여율 제고, 직장 및 가정에서의 성평등 문화 확산 등에 기여할 것이라 기대된다”며 “동등한 육아휴직 사용은 자녀와의 부모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