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인플레이션 지속하면 금리 인상 서둘러야”

입력 2021-11-25 08:00 수정 2021-11-25 08:18

미국에서 지난달 개인소비지출(PCE)이 크게 올랐다는 통계가 나왔다. 인플레이션이 지속·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지표다.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면 금리 인상을 서두를 수 있음을 언급한 미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들의 발언도 공개됐다.

미 상무부는 10월 PCE 가격지수가 지난 9월보다 0.6%,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각각 올랐다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1990년 11월 이후 가장 큰 폭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 PCE 가격지수도 전월보다 0.4%, 전년 동월보다 4.1% 각각 올랐다.

앞서 미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동월보다 6.2% 급등, 31년 만의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추이를 판단할 때 PCE와 CPI 지표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핵심 지표가 모두 시장 예상치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은 연준이 물가 안정을 위한 통화정책 추진을 서두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연준은 이날 11월 초 개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공개했는데, 당시 참석자 다수도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보다 계속 높으면 현재 구상보다 빨리 자산매입 속도를 조정하고, 기준금리 인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은 1200억 달러 규모의 월 자산매입 규모를 이달부터 150억 달러씩 줄이고 있는데, 축소 규모를 이보다 확대해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준은 최근 내년 6월쯤 자산매입을 제로(0)로 하는 목표를 구상한 바 있다. 시장은 연준이 이후 상황을 지켜본 뒤 금리를 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달 초 회의에서 인플레이션이 지속한다면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고, 금리 조정도 서두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특히 연준 이사들은 휘발유, 난방비 등 에너지 가격과 임금 및 주거용 임대료 인상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높은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노동자들은 다시 더 높은 급여를 요구하는 악순환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드러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물가 압력 확대에 대한 새로운 불안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개된 의사록에는 “참석자들이 인플레이션 압력이 과거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갈 것으로 전망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공급과 수요 불균형이 약화하면서 내년 물가상승률이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일부 참석자들은 공급망 병목 문제와 코로나19 확산 등을 언급하며 “신중한 평가를 위해 데이터에 대한 인내력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섣부를 금리 인상이 경기회복을 망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11월부터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연휴가 연이어 있어 소비자 지출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했다. 고용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지표도 나오고 있다.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11월 14∼20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19만9000건으로 전주보다 7만1000건 감소했다. 52년 만의 최저치 기록이다. 통화정책 변경을 위한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데이터가 계속 확인된다면 다음 달 14~15일 열리는 FOMC 정례회의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 조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WSJ는 “일부 이사들은 다음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 가속화 여부를 심의하는 것에 동의했다”며 “당국자들이 다음 달 회의 이후 자산매입 축소 규모를 월 300억 달러로 높인다면 내년 3월 테이퍼링이 종료되고, 상반기 금리 인상에 대한 더 많은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